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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Apr 21. 2021

되살아난 솟대패의 신바람

5. 다시 진주의 품 속으로 <내가 읽은 책과 세상>

놀이판이 끝나고 한참동안 나는 자리를 뜨지 못했다. 무언가 흐뭇한 느낌이 마음 깊은 곳에서 샘처럼 솟아나고 있었다. 속 시원히 모두 들추어내지는 못했지만 뭔가 소중한 일을 막 벌이기 비롯하였다는 뿌듯함과 기대감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솟대쟁이놀이 보존회장은 마이크를 잡은 채로 끝내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동안 젊은이들을 다그쳤던 일을 미안해하였고 구경꾼들에게 고마워하였으며, 더 열심히 갈고 닦을 것을 다짐하였다. 이에 구경꾼들은 우레 같은 손뼉소리로 격려하고 또 격려하였다.


구경하는 동안 사람들은 매호씨의 재담 한 마디 한 마디에 대꾸를 해주거나 추임새를 넣어주면서 힘을 실어 주었고, 재주꾼들의 재주가 끝날 때마다 탄성을 내어 지르고 손뼉을 쳐 주며 기를 살려 주었다. 구경꾼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이들에게 세계적인 서커스에서 느끼는 아찔함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에 앞서 이 젊은이들이 아끼고 이어받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알고 있었고, 그들의 뜻을 가상히 여겼기에 쏟아지는 손뼉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덧보태고 기워야 할 데도 많았다. 각본을 쓰고 놀이판을 짜는 사람들은 구경꾼의 마음을 더 사로잡을 짜임새와 말맛을 고민해야 할 것이고, 재주꾼들은 마음과 재주를 더 열심히 닦아 각본에 없는 실수를 줄여 가야 한다. 그야말로 전문가다운 자세를 갖추어 구경꾼들로부터 인으로 인정받는 놀이패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옛날 구경꾼이야 돈 주고 재주 사는 걸로 그쳤지만, 지금 사람들은 재주에 깃들인 우리 문화까지 기대하고 있을 터이다. 정말 제대로 된 참모습을 되살리는 길은 오로지 솟대쟁이놀이의 얼과 재주를 더 가다듬는 길밖에는 없다.


구경꾼이 돌아가고 남은 자리에서 그동안 뜻을 세우고 다지며 재주를 닦았던 소중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순도순한 분위기가 보기 좋아 나도 그들을 내 사진기 속에 담았다. 오로지 우리 옛놀이를 되살려보겠다는 뜻에 마음을 모은 사람들과 패기 하나로 몸 사릴 줄 모르는 젊은이들이 손잡고 이룩해 낸 값진 잔치였다.


이제는 진주 시민이 함께 바라지해 줄 때이다. 솟대쟁이놀이가 애초 진주 사람에게서 태어나 그들 품에서 비롯되었듯이 이를 되살리는 사람도 진주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18년 전 진주오광대를 그랬던 것처럼 솟대쟁이놀이도 오로지 진주 사람이 앞장서서 끊어진 문화의 숨통에 바람을 불어 넣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그 옛날 진주에서 만주까지 온 나라를 누비며 놀았던 진주놀이패의 얼과 신명이 오롯이 살아날 것이요, 되살아난 솟대쟁이놀이가 진주 사람의 품으로 온전히 되돌아올 것이다. 이제 겨우 첫 걸음을 띄어 놓았을 뿐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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