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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Jul 12. 2021

함양 설화의 짜임과 속살 3

- 함양군의 옛이야기 <옛이야기 속으로>

이와 아주 비슷한 이야기가 하동군 청암면에 전승되고 있는 「백무와 하동골 무당 이야기」이다. 줄거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법우스님이 지리산 깊은 동굴에서 수도를 시작하였다. 어느 날, 법우스님이 산속 경치를 구경하다가 길을 잃게 되었다. 법우스님은 천황할머니를 떠올리고 구원해 달라고 기도하였다. 천황할머니가 나타나 법우스님을 동굴까지 길을 안내해 주고 사라졌다. 그런데 천황할머니의 모습을 본 순간 법우스님은 상사병에 걸리고 말았다. 법우스님은 매일 천황할머니만 생각하면서 자기와 결혼해 달라고 빌고 빌었다.천황할머니는 결국 법우스님이 가여워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고 결혼해 주었다. 법우스님은 속세인이 되어 백무에 살면서 그녀와의 사이에서 딸 여덟을 낳았다. 딸들은 모두 높은 무당이 되어 전국으로 보내졌고 그곳의 지배자가 되었다. 셋째 딸은 벽소령을 넘고 청학동 삼신봉을 거쳐 하동골 무당의 원조가 되었다.(출처 : 하동향토사연구위원회, 하동의 구전설화, 하동문화원, 2005, 444~447쪽.)


법우스님이 등장하는 것과 여덟 명의 딸이 모두 전국 팔도의 무당이 되었다는 내용은 다른 바가 별로 없다. 하지만 여주인공의 성격에 차이가 크고, 성격이 다른 만큼 행동의 방식도 다르다. 함양의 여주인공은 무당으로 등장하고 나중에 지리산 산신이 되는 것으로 나와 신직을 부여받지만, 하동의 여주인공은 본래부터 천황할머니로 좌정하고 계신 것으로 등장하고 무당이었던 적도 없다. 또한 함양의 여주인공은 매우 세속적인 매력을 뽐내며, 성적으로 남성을 유혹하는 장면이 인상적인 데 비해, 하동의 여주인공은 초월적인 자애와 모성적 속성을 지닌 여산신으로 등장하는 것이 특이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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