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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Jul 13. 2021

함양 설화의 짜임과 속살 4

- 함양군의 옛이야기 <옛이야기 속으로>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할 점은 천왕봉 아래 성모신을 모시던 성모사가 있었던 사실이다.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인 법우화상이 혼자 성모사에 머물면서 불공을 드렸다고 했는데, 그런데 앞 진술에서는 성모사는 성모신을 모시던 곳이라 했으니, 법우화상은 바로 성모신께 공을 들이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법우화상은 과연 불승일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일이다. 우리 민속에는 웬만한 서낭이면 모두 불승의 옷을 입고 등장하고 있다. 불승은 외면적으로 볼 때 불교의 수도승일 수도 있으나 신화나 원형적으로 볼 때는 서낭이라고 볼 수도 있다. 


성모사의 존재는 산청군 시천면에 전승되는 「지리산 천황할매」에서도 간접적으로 증언되고 있다. 「지리산 천황할매」이야기는 하나의 서사적 유기체를 이루는 설화라기보다는 ‘성모상’에 관한 증언이라고 보아야 옳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리산 상봉이 시천면 중산리에 속해 있는데, 거기에 천황할매가 계셨다. 소원성취가 된다고 해서 공들이는 사람이 많았는데, 어쩌다 없어져버렸다. 중도 아닌 중산리 사람이 진주에서 찾아 본래 있던 자리가 아닌 다른 곳(천황사)에 모셨다. 각처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대원사보다도 손님이 더 많이 찾아온다. 본 자리에 모시면 더 좋겠다 싶은데, 관에서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같다.(출처 : 박종섭, 산청구비문학②, (사)향토민속보존협의회, 2012, 215~216쪽.)


이 자료는 지리산 상봉이 시천면 중산리에 속해 있다는 점, 거기에 천황할매가 살고 있었다는 점, 공 들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중도에 없어졌다는 점, 중산리 사람이 진주에서 다시 찾아와 천황사에 모셨다는 점, 천황사는 본래 있던 자리가 아니라는 점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이 마지막 내용이다. 지금은 천황사에 모셔져 있지만 본래는 여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본래 있던 자리는 성모사였다고 보아야 한다. 


이밖에 풍란 유래설로 유명한 하동군 화개면의 「반야를 짝사랑한 마야고」는 천황할매 딸로 등장하는 마야고가 반야봉의 남신 반야도사를 짝사랑하다 실연하는 이야기도 지리산 마고할미와 연관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또 이 이야기는 산청군 시천면의 「마고할미」와 매우 흡사하다. 남해군 창선면의 「질마산 장수바위」를 비롯해서 지리산 근처 일대는 마고할미가 남긴 흔적들로 가득 차 있다. <끝>                                             


* 경남도사편찬위원회, 경남도사 제9권, 경상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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