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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Jul 31. 2021

합천 설화의 짜임과 속살 2

- 합천군의 옛이야기 <옛이야기 속으로>

또, 인조반정 후 역적으로 처단된 정인홍이 어렸을 때 스승 조식을 해치려는 구렁이를 죽이고 스승을 구했다는 이야기나, 추사 김정희(金正喜)가 도술로써 제자의 오두막을 100칸 기와집으로 변하게 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암행어사 박문수(朴文秀)가 명판결로 억울한 누명을 썼던 홍진사를 구해 주었다는 이야기 등의 인물전설은 야사(野史)로 노인들 사이에 전해지고 있다. 해인사팔만대장경의 각인에 대해서도 신라 애장왕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번각(飜刻)하였다는 전설이 전해오며, 가야산에 은거한 최치원에 관련된 「신선승천전설」등도 전하고 있다. 


합천 설화의 특징은 가야산과 해인사를 중심으로 한 자연 및 유적 관련 설화와 그에 관련 인물 전설이 많은 편이고, 탈춤 가운데서도 오광대의 발원지에 관한 문화 전설이 전해오는 것도 특징 중의 하나이다. 역사적 인물에 얽힌 전설이 특히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편인데, 해인사의 애장왕, 대야성의 죽죽과 검일, 신선이 되었다는 최치원, 고려 태조의 다섯째 정비인 합천 출신 신성왕후, 무너지는 고려를 끝내 지키려던 이미숭 장군, 조선 태조의 왕사를 지낸 대병면 출신의 무학대사, 점필재의 후학 김굉필과 정여창의 우정, 남명의 후학 정인홍의 비범성, 인조반정 2등공신 이괄의 반란과 실패, 영원한 백성의 변호사 어사 박문수, 이인좌(정희량)난을 틈탄 조성좌의 5일천하, 해인사 대적광전의 상량문을 쓴 추사 김정희 등이 다 합천 설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어간 인물들이 많다는 것은 특이하다. 죽죽, 최치원, 이미숭, 정여창, 이괄, 조성좌 등은 그들의 재능과 뜻을 충분히 펴지 못하고 패배했거나 실패하여 멸문지화를 당하고 말았다. 역사적으로 파멸한 인물들이 설화 속에 녹아 지금까지 전해오는 사례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발견된다는 것은 그들에 대한 전승자들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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