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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Aug 05. 2021

합천 설화의 짜임과 속살 3

- 합천군의 옛이야기 <옛이야기 속으로>

이들은 타고난 재능이 충분히 갖추었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사회의 현실이나 제도에 막혀 자신이 뜻을 펴지 못하고 제 어머니 손에 죽는 ‘아기장수’를 닮았다. 이런 점에서 ‘아기장수 이야기’는 유독 합천 지역에서만 전승되는 것이 물론 아니라고 하더라도, 합천 지역에 있어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합천 지역의 대표적인 ‘아기장수 이야기’로 초계면의 ‘갈밭골의 류장군’과 ‘석가산의 쇠갓’이 있다. ‘갈밭골의 류장군’은 대체적으로 이야기의 구조를 잘 갖추고 있고, ‘석가산의 쇠갓’은 완벽한 서사성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정희량’을 도왔던 조성좌가 주인공으로 서술되어 ‘아기장수’ 화소로 돋보인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갈밭골의 류장군’의 내용을 줄이면 다음과 같다.


갈밭골 문화 류씨 후손중 힘이 장사이고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친 소년 장군이 하나 태어났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창녕조씨 편모슬하에서 자라며 초계 향교까지 글을 배우러 다녔다. 초립동이일 때 향교에 갔는데, 비가 엄청 내려 향교 앞 다리가 넘쳤다. 소년장군은 부친의 기일이라며 훈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귀갓길에 나섰다. 훈장인 초계 원님이 마음이 안 놓여 좌수를 불러 뒤따라 가보도록 하였다. 사정천에 도착하자 소년장군은 인근의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잎을 훑어서는 징검다리를 만들어 쉽게 건너갔다. 사실을 보고받은 원님은 이 아이가 예사인물이 아님을 알고 크게 걱정하였다. 힘이 장사이고 겨드랑이에 날개까지 달렸으니 역적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원님은 소년장군과 친한 학생을 시켜 어떻게 하면 소년장군이 힘을 쓰지 못하는지를 알아내도록 했다. 소년장군은 친구의 청을 거절하지 못해 자기가 잠들었을 때 유씨 선산의 쑥대를 꺾어 겨드랑이이 날개 밑을 찌르면 된다고 말해 주었다. 이 말을 들은 원님은 그대로 하여 소년장군을 손쉽게 붙잡아 죽이고 말았다. 지금도 억울하게 죽은 소년장군의 묘가 정곡마을 서남쪽에 있고, 장군묘라 부른다. (출처 : 박환태, 합천의 전설과 설화, 합천문화원, 2008, 231~232쪽.)


초계면에 전해오는 이 전설의 주인공 ‘소년장군’은 비록 문화 류씨 집안에서 태어나긴 하였으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였으므로, 오로지 편모 창녕조씨 부인의 영향으로 성장하였다. 친가의 영향이 없지는 않겠으나 외가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으며 자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봉산면에 전해오는 ‘석가산의 쇠갓’ 전설의 주인공이 창녕조씨 성좌의 이야기라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석가산의 전설은 일종의 풍수담인데, ‘부자정 모퉁이에서 쇠갓을 쓴 사람이 지나가거던 하관하라’는 풍수사의 말에 따라 ‘부녀자 한 명이 솥뚜껑을 이고 모퉁이를 지나가는 것’을 보고 하관하여 명석한 후손을 얻었다는 이야기다. 이때 얻은 남자아이는 눈동자가 유달리 크며, 겨드랑이에는 날개가 있었고, 남다르게 총명하여 보는 이마다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바로 이 아이가 ‘조성좌’라는 것이 이 전설의 핵심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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