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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Aug 17. 2021

합천 설화의 짜임과 속살 4

- 합천군의 옛이야기 <옛이야기 속으로>

결국 이 전설의 전승자들은 ‘조성좌’를 아기장수의 면모를 지녔던 것으로 보았다. 곧 영웅호걸의 천재를 타고난 점과 그러한 천재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인근 사람들의 방해로 파멸하고 만다는 점에서 이들은 서로 닮았다. 


역사적으로 조성좌는 영조가 등극하면서 남인과 소론을 인정하지 않는 노론에 항거하여 분연히 일어난 ‘이인좌의 난’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이인좌의 세력들은 영조와 노론정권을 타파하고 밀풍군 이탄(李坦)을 임금을 추대하고자 했던 무장봉기를 일으킨다. 이 난을 이인좌의 난 혹은 무신난이라 하며, 합천에서는 조성좌의 난이라 하였다. 조성좌는 이인좌와 정희량 등이 거사를 도모할 때, 지방 토호로서 무기와 군량을 공급하는 원천으로 동참했다고 한다. 정희량과는 처남매부 관계였던 조성좌는 대지주로서 두 명의 동생 정좌, 덕좌와 함께 봉기에 동참하기로 하였지만 5일천하로 그쳤고, 성좌 삼형제는 죽거나 효수되었다. 이 난을 진압한 병조판서의 종사관이 암행어사의 전설 박문수였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하겠다.


아기장수 이야기는 산청 차황면 법평리 ‘장군목 전설’, 산청읍의 ‘오일변 이야기’, ‘오일변 이야기(1)’, ‘오일변 이야기(2)’, 생초면의 ‘철마산의 아기장수’, 하동 하동읍 비파리 ‘백마지’, 함양 마천면 ‘강씨네 애기장군’ 등이 전승되고 있는데, 모두 ‘겨드랑이 밑에 날개’ 화소가 들어 있는 것과 훗날을 걱정하여 아기장수를 죽이는 사람이 제 부모라는 것은 닮은 내용이다. 그러나 아기장수를 죽이는 방법은 다 다른데, 합천군 초계면의 ‘갈밭골의 류장군’은 유씨 선산 쑥대로 겨드랑이를 찔러서, ‘강씨네 애기장군’은 세 집안의 제릅대로 겨드랑이 밑을 찔러, ‘백마지’는 부모가 목을 조여서, ‘장군목’은 다듬잇돌로 눌러서 죽이게 된다. 또 아기장수 이야기 화소가 깃들어 있는 이야기로는 합천군 야로면에는 ‘미숭장군’이 있다. 이 이야기는 ‘말과 화살의 속도 경쟁’ 화소가 있어 거창 남하면 ‘유형귀장군’과 흡사한 점이 있다.  <끝>                                             


* 경남도사편찬위원회, 경남도사 제9권, 경상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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