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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Jan 10. 2022

정자목 이야기

우리 고을의 옛이야기 <옛이야기 속으로>

고려 말, 이성계는 들끓는 왜구들을 물리치기 위해 남해안 지역을 순회하던 중 남해에 들렀다. 이전부터 백성의 신망이 두터웠던 터에 왜구 소탕이라는 업적이 더해지니 그의 명망은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그래서였는지 이성계는 진작부터 크나큰 꿈을 품고 있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름난 산에서 산제를 지내왔다. 백일기도를 하여 자신의 운명을 알아보려고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효험이 없자 끝으로 영산으로 이름난 남해 금산에 와서 백일 산제를 지내고 있었다.


이성계가 산제를 지내고 있던 98일째 되던 날 밤, 난음에 있는 정자목 아래에는 한 젊은이가 잠을 청하고 있었다. 멀리에서 온 한 행신이 정자나무 목신에게 “여보게 친구, 금산에서 이씨 성을 가진 자가 백일 산제를 지낸다는데 가보지 않겠나?”하고 말하니 군자정의 목신이 “아! 나는 오늘 집에 손님이 들어 못 가겠네, 자네나 갔다 오게.”하고 말하였다.


행신은 할 수 없이 혼자 이성계가 산제 지내는 곳에 가보니 차린 것은 많았지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행신이 돌아와서 목신에게 오늘 운감(제사 지낼 때 신에게 잘 대해 주는 것)이 좋지 않더라고 하였다. 잠결에 이 대화를 들은 젊은이는 그 길로 이성계에게 달려가서 이날 들은 얘기를 하였다. 이성계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는 이것으로 만족 못 하겠으니 내일 또 가서 잠을 자 보게, 일이 잘 되면 자네에게 잊지 않고 보답함세.”라고 하였다.


이틑날 젊은이는 군자정에서 잠을 자는 척하고 있었다. 그날도 행신이 나타나서 목신과 더불어 산제에 나가자고 하였다. 그러나 목신은 젊은이가 와서 잠을 자고 있다는 핑계로 행신과 같이 가지 않았다. 행신은 다시 금산에 갔다 와서 “오늘 운감은 대단하더군그래.”하고 말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군자정 밑에서 잠자던 젊은이는 듣던 중 반가운 말이라 급히 이성계에게 올라가 자초지종을 말하니 젊은이에게 “후에 부를 날이 있을 테니 그때 와 주게.”하며 백일기도를 제대로 마치고 한 나라의 왕이 될 운명까지 점지 받았다. 난음 정자나무에서 백일산제를 성공리에 마무리 짓도록 도와 준 젊은이는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후 벼슬을 제수받아 이성계의 신하로 여생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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