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대장, 나는 졸 (卒)

(2025년 5월 4일)

by 해송

아침 7시, 섬 마을 우리 동네 셔틀 보트를 타고 호찌민 시내로 향한다.

보트에서 내리자마자, 아내가 사이공 강변을 한번 걸어 보자고 한다.

이른 아침시간이지만, 그늘이 없는 곳을 지날 때면 벌써 햇볕이 따갑게 느껴진다.

1746319927146-2.jpg
20250504_074522.jpg


무한 긍정 아내는 강변 사진과 비디오를 찍으며 신난 모습이다.

난, 영문도 모르고 엄마 손에 이끌려 가는 아이가 된 기분이다.

하지만, 나도 낯선 듯 익숙한 강변 길을 처음으로 걸으며 점점 세련되어 가는 사이공 강변 풍경을 느껴본다.

20250504_075736.jpg
20250504_075836.jpg
20250504_080402.jpg


예비 신혼부부인 듯한 한 커플이 강변에서 사진 촬영에 열심이다. 싱그러운 젊음이 보기 좋다.

조금 더 걷다 보니, Ba son 전철역이 우리 앞에 나타난다.

지난번 사이공 시내 나들이때 아내가 전철을 한번 타 보고 싶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20250504_080455.jpg
20250504_080918.jpg


호찌민에는 작년 12월 22일, 지하철이 처음으로 개통되었다.

19.7km 구간에, 지하역사 3개, 지상역사 11개 등 총 14개 역이 들어선 호찌민시 최초의 지하철 노선이다.

그중 한 개의 지하철역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20250504_081715.jpg


지하 전철역으로 내려간 우리는 Ba Son에서 Thao Dien 행 전철 티켓을 구매했다.

역무원이 바코드와 이동경로가 적힌, 카드 영수증 같이 생긴 종이 티켓을 건네준다.

출입구에는 다른 역무원이 티켓을 받아 바코드를 찍고 티켓을 건네주면 승객이 통과하는 시스템이다.

1746354602218-2.jpg
20250504_081903.jpg
20250504_081816.jpg


연휴 끝무렵의 일요일이라 그런지 인적이 한산한, 전철역사의 이동 통로 좌. 우에는 광고판이 드문드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은 광고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은 지, 기업 광고가 많지 않다.


객차가 승객을 싣고 출발할 때면, 배치된 역무원이 손을 번쩍 들어 출발 신호를 보낸다.

전철역사 안팎에는 무리 지어 단체사진을 찍는 모습이 수시로 보이고, 새로 지어진 전철역사 주위는 이미 젊은이들의 인기 있는 사진 촬영 장소가 된 것 같다.

처음 타보는 호찌민 지하철과 역사들, 탑승한 밝은 시민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20250504_081936.jpg
1746354602218-3.jpg
20250504_082537.jpg


Thao Dien 전철역에서 내려, 도로변을 걸어본다.

평소 더운 날씨 때문에 대부분 목적지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일상에서, 오늘처럼 길을 걷다 보면 평소 느끼지 못하는 도시 뒷골목 풍경들을 눈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사람냄새나는 풍경들이 좋다.

20250504_083429.jpg
20250504_084303.jpg
20250504_085017.jpg
20250504_085131.jpg
20250504_085227.jpg


다리 수술 후 회복이 덜 된 다리임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오면 언제나 나를 재촉하는 박력 뿜뿜 아내다.

오늘은, 아내가 대장이고, 나는 아내가 하자는 대로 잘 따르는 졸이다.


이번 목적지는 만다린.

만다린에 도착, 목욕과 발마사지로 쌓인 피로를 풀고, 일식당 타마리버에서 점심을 마쳤다.

타오디엔 골목길을 걸어 빈콤 몰로 이동한다.


빈콤 몰 앞 도로 버스 정류장에 빈 (Vin) 그룹에서 운영하는 빈 버스 (Vin bus)가 온다고 한다.

이런 버스가 있었나? 그것도 무료 셔틀버스다. 아내는 모르는 것이 없는 것 같다.

9군 빈홈 그랜드파크를 출발한 버스는 빈콤 몰에서 우리를 태우고, 1만 세대 아파트가 있는 빈탄군의 빈홈 센트럴파크 아파트 단지를 들러, 바손 역 인근 빈홈 골든리버에도 들른다.

20250504_140319.jpg
20250504_140616.jpg


우리는 셔틀버스 종점인 빈콤센터에서 하차한 뒤, 시내 중심가에서 오페라 하우스, 호찌민 인민위원회 건물 등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가며 느린 발걸음을 옮긴다.

우리는 오늘 완전히 여행객 모드다.

20250504_143310.jpg
20250504_143522.jpg
20250504_143756.jpg
1746354602218-5.jpg


아침에 조용한 산책로를 걷는 것이 아니라, 따가운 햇살아래, 번잡하고 소음 많은 도심을 걷다 보니 피로감이 조금씩 쌓인다.

하지만, 아내는 모처럼 지나치는 시내 전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전히 바쁘다.

지친 발걸음으로 찾은, 다까시마야 백화점 내 Paul 커피숍의 코코넛 아이스 밀크 커피 한잔이 일순간, 우리의 쌓인 피로를 녹여준다.

20250504_151051.jpg


특별한 일정 계획도 없이 아내를 따라나선 오늘 하루는 지하철 1호선 첫 탑승, 빈 버스 투어, 시내 도보 투어 등 새롭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 처음이란 단어는 늘 신선함과 설레는 기대를 가져다준다. 나날이 발전하는 호찌민의 또 하나의 단면을 느끼고 보고 온 날이다. 베트남의 미래가 기대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적당한 거리의 미학 (美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