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9일)
오늘 아침 창문을 여니, 매미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음악 소리가 매미소리에 완전히 묻혀 들리지 않을 정도다.
매미는 유충 시절, 3년에서 길게는 17년 동안 땅속에서 나무뿌리의 수액을 빨아먹으며 자란 뒤, 지상으로 올라와 짧은 성충의 삶을 산다. 이러한 특이한 생태 덕분에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
작년 미국에서는, 13년, 17년 주기를 가진 주기성 매미가 동시에 출현한 바 있다. 1803년 이후 221년 만의 일로, 개체수가 최대 1,000조 마리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이들 매미 떼가 내는 소리는 무려 110 데시벨 (dB)에 달한다는데, 이는 제트기 옆의 소리나, 미식축구 경기장의 환호 소리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매미는 보통 땅 위에서, 약 2~3주, 길어야 한 달 반 정도 살아간다. 짝짓기를 마치고 알을 낳으면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인지 이 짧은 생을 원망이라도 하듯, 요란스레 울어댄다.
어젯밤엔 불빛을 보고 몰려든 매미들이 우리 집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에 의아해하기도 했다. 결국 두꺼운 이중 커튼을 쳐 불빛을 완전히 차단하자, 거짓말처럼 소란이 사라졌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어제는, 아침 일찍 아내와 함께 호찌민 시립미술관을 찾았다.
도심 한가운데 고요하게 자리한 고풍스러운 3층 건물 속엔 시간의 흔적을 담은 예술작품들이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비록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 미술관에 비할 수는 없지만, 베트남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이 나라의 역사와 삶,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전쟁의 기억을 담은 작품들이 인상 깊었고, 여성 전쟁 영웅에 관한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작품 앞에서 도슨트의 진지한 설명을 듣는 단체관람의 남. 여 고등학생들 무리를 보며, 언젠가 이들 중에서 세계적인 작가가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잠시 해 보았다.
점심 무렵, 시내의 한 호텔로 향했다.
며칠 전, 무려 10여 년 만에 한국에서 연락을 준 옛 직장 후배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나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 은퇴한 사람이다. 바쁜 출장 일정 속에서도, 선배를 잊지 않고 식사 한번 하자며 연락을 준 후배가 고맙기만 하다. 당시 그는 뉴욕지사에 근무를 하며, 본사의 미국 담당이던 나와 시차를 넘나들며 업무를 함께했던 사이였다. 회사를 위해 밤낮없이 일했고, 치열하게 '싸웠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이제 그는 미국 골프용품업체의 국내총판 부사장이 되어, 아시아 딜러 회의 참석과 골프클럽 제조업체 방문차 베트남을 찾았다고 한다. 입담이 좋은 후배는, 우리가 함께 알고 있는 상사들과 후배들의 근황, 현재의 직장생활, 지나온 세월을 거침없이 풀어놓았다. 마치 브리핑을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함께 한 아내도 눈을 반짝이며 즐겁게 이야기를 들었다. 어버이날이라고 의식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건강과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화제로 이어졌다.
오랜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일은, 일상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특히, 한국에서 먼 이곳까지 나를 찾아와 준 후배와의 해후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