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띄우는 편지

2025년 8월 17일, 불효자인 아들이

by 해송

아버지,

그곳은 지낼 만하신가요?


늘 말씀이 없으셨던 아버지.

아버지께는

의무만 있었지요.


있어야 할 자리,

해 줘야 할 일만 존재할 뿐.

선택과 권리 없이,

무한 희생만 요구받는 존재.


그것이 아버지란 이름이었습니다.


우린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당신께도 누릴 자유가 있는 줄을.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단 둘이 살았던 친할머니와 이별하고,

근 십 년 만에 식구들과 재회한 어느 날.

나만 불러 자장면 한 그릇 사 주신 아버지.


처음으로 마주한 황홀한 음식에

눈 길 한번 주지 않고 그릇을 비우는 나를,

한 그릇만 주문하신 아버지는

얼굴 가득 미소만 띠고 바라보실 뿐이었지요.


출. 퇴근길 1시간 넘게 걸어 다니시고,

회사 간식빵 안 드시고 가져오셔도

아버지께는 늘 부족함만 보였지요.

끝없이 원하는 일곱 남매 자식들 눈에는.


월급날이면 외상값 갚기 바빴던 시절,

중학 입학 기념으로 사주신 손목시계,

대학 입학 기념 양복 한 벌,

고귀한 선물 속 묵직한 부정 (父情)이었지요.


힘든 세월의 무게,

당신께선 한 잔 술에 툭툭 털어 내시고,

아주 가끔 기분 좋으신 날엔

옛 노래 자락에 실어 보내시곤 했지요.


그리곤,

버티다 못한 어느 한순간,

모든 걸 내려놓으셨지요.

이제야 그 세월의 무게를 느껴봅니다.


자식이 바라는

완벽한 아버지 노릇,

제 방식대로 제대로 해 보렵니다.

아버지만큼은 못되어도.


아버지한테 기대지 않는

독립심 강한 아들, 딸,

아이들한테 짐 되지 않는 아버지,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식구들,

공감과 사랑을 나누는 가족을

만들어 보렵니다.


때론, 저도 침묵하렵니다.

아버지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남자는,

원래 외로운 존재니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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