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2025년 8월 29일, 금)

by 해송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이, 아주 오랜만에 휴가를 받아 베트남에 놀러 왔다.

혼자가 아닌, 여자 친구와 같이 왔다.


아들은 고등학생 시절, 어른이 되어도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과 같은 아이를 낳는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30대 중반인 지금은, 아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자신과 코드가 맞는 짝을 찾았기 때문이다.


여자 친구와 함께 있을 때의 아들은, 평소 말이 없는 젊은 돌부처에서 무한긍정의 젊은이로 돌변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아들의 웃음이 많아지고 얼굴이 밝아진다는 사실은, 기쁜 변화로 반길 일이다.


초등생 시절, 물개와 같이 물속에서 자유자재로 노닐던 아들이 사춘기 어느 순간부터 물을 싫어하더니 수영과는 담을 쌓았던 일이 있었다.

이번에 같이 놀러 온 여자 친구가, 우리 집에서 1박을 한 다음날, 수영을 하고 싶다고 했다.


빌라 단지 수영장 물속에 뛰어 들어간 아들은, 언제 물을 싫어했던가 할 정도로, 자유형으로 빠르게 물살을 가른다. 신기한 변화다.


사흘째 되던 날, 식구들끼리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온 나의 후배가, 한국에서 온 조카와 여자친구를 위해, 우리 식구를 호텔 딤섬 레스토랑으로 초대했다.

한국에는 흔하지 않은 딤섬 뷔페인 만큼 아들과 여자 친구는 다정한 미소를 주고받으며 맛있게 잘 먹는다.


점심 식사 후, 우리 가족은 26년 전 호찌민에서 처음 살았던 리버사이드 아파트에 잠시 들렀다.

추억 여행 삼아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고,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커피도 한잔 마셔 본다.

아들은 따가운 한낯 햇살 아래, 땀을 흘려가며 자신의 추억이 깃든 장소들을 여자 친구에게 소개한다.

오래전 장소들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작아지는 것인지, 모든 장소가 작아만 보인다.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사우나와 마사지를 해 보고 싶다는 여자 친구를 위해, 근 30년 만에 아버지와 같이 목욕을 하고 있는 아들 녀석을 보고 있으려니, 그저 허탈한 웃음만 나온다.

프랑스 여자 친구는 스스럼없이 아내와 같이 사우나탕으로 들어가고, 바디 마사지도 함께 받는다.


아들은 여자 친구 앞에서는 말도 많고 분위기도 혼자서 다 띄운다.

이것이 사랑의 힘인가?


저녁에, 야끼니꾸 전문 일식당에서 다 함께 기분 좋게 소주를 마신 뒤, 아들 녀석은 엄빠한테 자신들의 에어비앤비 숙소에 가서 하루 밤 주무시고 가시라고까지 선심을 베푼다.

여자 친구와 둘이서 마무리 술 한잔 더 하려고 미리 예약해 놓은 바에 가서, 아빠도 술 한잔 더 하시자고도 권한다.

한마디로 아들의 기분이 아주 좋다는 증거다.


마지막 날, 아들과 수영을 좋아하는 아들의 여자 친구는 빌라 수영장을 다시 찾았다.

붙임성 좋은 아들 여자 친구는, 프랑스에 있는 부모님과 수영장에서 화상 통화를 하던 중, 옆으로 다가오던 아내에게도 전화기를 건네준다.


얼떨결에 아들 여자 친구 부모님까지 베트남 우리 집으로 초대한 결과로 이어졌다.

일이 커졌다.

그러나, 미래의 일은 지금 당장 걱정할 일은 아니니, 일이 닥쳐서 수습하면 될 일이다.


오랜만에 베트남 호찌민을 찾은 아들과 여자 친구가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우리 부부와 다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니 아버지로서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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