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일, 화)
부산에 왔다. 6개월 만이다.
아침 산책길을 나선다.
새로 시작된 하루.
어떤 이에게, 어제는 원망스러운 날이었을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악몽 같았을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마지막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만 더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또 다른 이에게는 어제가 더할 나위 없이 기쁜 날이었을 수도 있다.
‘매일 어제만 같아라’라고 외쳤을지도 모른다.
즐겁게 시작한 나의 하루.
선물 (Present)로 받은 오늘을 기분 좋은 하루로 만들자.
동백꽃과 소나무 숲이 바다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해운대 동백섬.
그곳은 늘 산책이나 운동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거나 뛰는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 마치 인생길을 부지런히 걸어가는 듯하다.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연로하신 분들은 연로하신 분대로, 그 건강한 모습에서 단단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은연중에 더 열심히 살아야 되겠다는 자극을 받는다.
비 맞은 낙엽이 산책로에 흩어져 있다. 괜스레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피는 동백꽃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꽃이 진 자리에는 붉은 동백 열매들이 매달려 익어가고 있다.
엘 시티 앞 방파제 입구에서 몇 걸음을 내디뎠다.
순간, 청량한 냉기가 바람을 타고 밀려온다.
처음 느껴보는 묘하고 시원한 바람.
냉동실 문을 열 때 스쳐오는 서늘한 기운과 비슷하다.
인근 미포 포구에는 삶의 활기가 넘친다.
새벽에 바다로 나간 남편이 잡아온 생선을, 아내가 난전에서 판다.
오늘은 삼치도 보인다. 평소에는 낙지, 문어, 바닷장어, 쏨뱅이, 전복 등이 즐비하다.
가격도 저렴하고 생선 파는 아주머니들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도 정겹다.
그곳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삶이 아무리 고달프고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포구의 노상 좌판은 언제나 삶의 굳건한 뿌리를 지켜 낸다.
해수욕장 백사장에는, 한 철 해수욕장 장사를 끝낸 상인들이 선탠용 플라스틱 의자와 고무 튜브들을 숨 가쁘게 정리하고 있다.
초가을 백사장에는, 백만 피서객들이 남기고 간 무지갯빛 추억 대신, 접힌 파라솔만 아침 바람에 황량하게 휘날린다.
아직 떠나지 못한 몇몇 피서객이 머물러 있지만, 이제는 조석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폭염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이제는 기쁜 마음으로 가을을 맞이해야 할 때다.
저 멀리 웨스틴 조선 호텔 앞에 몽환적인 해무가 깔려있다.
그 아름다움에 이끌려 사진 한 장 남기려고 한 달음에 달려갔으나, 어느새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대신 이번에는 반대편 엘 시티 건물 주변으로 안개가 자욱하다.
인간사에서도 때로는 만남보단 그리움으로 남겨 두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
해무가 그리움만 남겨 두고 사라지자, 내 마음 한구석에 불현듯 그리움이 밀려온다.
이번 가을에는 평소 그리웠던 사람들을 한 사람씩 만나봐야겠다.
짙은 그리움이 돌아가는 길에 아쉬움으로 남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