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2일)
아주 오랜만에, 오랜 친구 성규를 만났다.
친구는 45년 전 군 복무 중 만난 군대 동기다.
힘든 시절을 같은 소대에서 근무했기에, 제대 후에도 간간이 서로 안부를 주고받아 왔고, 아주 가끔은 얼굴을 보며 회포를 풀기도 했었다.
내 기억으로는, 친구를 마지막으로 만난 건 아마도 15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모처럼 군대 동기 4명이 종로에서 만나 파전 집에서 술잔을 기울였을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같은 대학 출신이기도 한, 친구는 학창 시절 잘 알려진 학내 밴드 동아리에서 드럼 연주를 맡아 활동을 한 적도 있다.
이런 연유로 군 생활 중, 우리 소대 행사에서 냄비 뚜껑을 모아 드럼을 만들어 연주를 한 기억도 난다.
친구는 국내 대기업 광고업체를 거쳐 외국계 광고업체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하다, 은퇴 후 지금은 경기도에서 소규모로 버섯 관련 사업을 하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언젠가부터 성경책을 늘 곁에 둔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었는데, 장로의 역할에도 진심인 것 같다.
10시 반에 약속한 경기광주 지하철역 출구로 나가니, 친구가 마중을 나와 있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얼굴인데도, SNS를 통해 서로의 근황을 알고 있기에, 어제 만난 친구처럼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친구는 일주일에 3일은 경기도 광주 아파트에서, 4일은 양평 농막에서 보낸다.
아무리 금실 좋은 부부라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그렇게 지낸다고 웃으면서 말한다.
친구 차를 타고 양평 농막으로 향했다.
양평이 경기도 광주 바로 옆에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하기야, 경기도 광주도, 양평도 스쳐 지나가기만 했었기에, 이번처럼 목적지로 와 보긴 처음이기 때문에 이상할 것이 없었다.
산기슭 300평의 대지위에 8평의 아담한 농막이 자리 잡고 있었다.
1년 동안 목공 일을 배운 친구가 인부들과 함께 3개월 동안 땀 흘리며 손수 지은 농막이라고 한다.
친구는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파일을 열어, 농막을 지은 과정을 하나하나 보여 주었다.
신나게 설명하는 친구가 자랑할 만하다고 느낄 만큼 앙증맞은 농막에는 세심함이 곳곳에 묻어 있다.
1층에는 업무용 책상이 놓인 조그만 거실용 공간과 주방, 세면장 등이 있고, 2층 다락에는 침실과 책상이 마련되어 있다. 거실 아래 전기 보온 파이프, 에어컨 겸 온풍기, 편백나무 내장재 등 신경 쓴 부분들이 많았다.
농막 옆에는 별도로 마련된 별채가 있는데, 긴 회의용 테이블과 의자, 프로젝터와 스크린이 자리 잡고 있고, 나무 장작 스토브와 공구함 보관공간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농막 앞에는 살구나무, 사과나무, 포도나무 등 과실수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심겨 있고, 상추, 무, 열무, 고추 등 다양한 푸성귀가 심겨 있다.
농막에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할 자유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한다.
농막에 있으면 일은 무한대로 있어, 하고 싶은 만큼 일을 하고 자유도 맘껏 즐긴다고 한다.,
가끔은 부부가 함께, 또는 혼자 인근 자전거 전용 도로로 나가 자전거 타기를 즐기거나, 대학생 시절 밴드 출신답게 기분이 동하면 기타 연주를 즐기기도 한다고 한다. 2년 차 자전거 타기를 통해 당뇨가 완치되었고 뱃살도 많이 제거되었다고, 나에게도 자전거 타기를 적극 권한다.
11월에는 부부가 함께 제주도 자전거 일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고 한다. 친구 말처럼 친구가 자전거와 사랑에 빠진 것이 맞는 것 같다.
양평의 고등어구이와 동태탕 맛집에 들러 맛있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수려한 남한강 전경을 자랑하는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에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아, 우리는 서로 오랜만에 담백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공유했다.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필요하면 농막을 내어 줄 테니, 우리 부부가 들러 하룻밤 지내고 가라고 하는 친구 말에서, 친구도 기분 좋은 만남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