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동기들과 함께 한 청도 나들이

(2025년 9월 22일)

by 해송

고교동기들과 함께 한 청도 나들이

(2025년 9월 22일)


오늘은 경상북도 청도로 나들이 가는 날이다.

고교 동기 5명이, 정창이의 청도 집 '무너진 담장 수리'를 위해 방문하는데, 우연히 나도 동행하게 되었다.


평소에도 죽이 잘 맞는 이들 5명은 '라캄 5형제'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술, 담배를 즐기고, 틈 날 때면 낚시, 당구, 여행을 함께 즐기는 이들은 라오스, 캄보디아 여행을 몇 차례 다녀온 뒤 '라캄 5형제'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들이 해외여행을 갈 때면, 캄보디아에 공장을 갖고 있고 외국어에 능통하며 매사에 치밀한 철상이란 친구가 주로 이들 '라캄 5형제'들을 위해 상세 일정을 수립하고 가이드 및 통역을 맡는다.

이들은 철상이를 평소에는 '정 회장, '친구야', '철상아'라고 부르지만, 여행지에서만큼은 맡은 역할을 감안, '정 단장님'으로 호칭하며 깎듯이 예우한다.


수년 전, 이들이 캄보디아 국경을 통해 베트남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베트남에 살고 있는 나는, 몇 친구는 아주 오랜만에, 다른 몇 친구는 고교 졸업 후 처음 만나, 여행안내를 맡아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내가 준비해 간 베트남 마이크로버스로 갈아탄 직후부터, 학창 시절 연대장을 했던 정창이는 철상이를 '어이, 정 씨!'라고 불렀다. 베트남에서는 철상이의 역할이 없어졌다는 의미였다.

나머지 친구들은 박장대소를 한다. 철상이가 한숨을 쉬면서, '이 친구들이 이렇게 나온다'라고 '단장' 역할에 대한 고충을 나한테 웃으며 토로했다.


짓궂기도 하고 농담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이들은, 캄보디아 학생들에게 오랫동안 장학금 등 다양한 형태로 도움을 줘 온 철상과 함께, 경제적으로 어려운 캄보디아 빈민들을 위해 돈을 모아 집을 지어주는 선행을 베푼 적도 있다.


오전 10시에 만난 우리는 11시 반 경에 청도에 도착했다.

상동면에 이르자마자, 정창이는 청도의 맛 집 중 하나인 '숲 속 갈치마을'로 안내한다.

맛있는 점심 식사를 대접받고 난 후, 구불구불 좁은 마을길을 올라가니 정창이의 Second home이 나타난다.


자그마한 시골집을 개조한 멋진 주택이었다.

대문을 들어서니 잘 다듬어진 잔디 마당이 우리를 반긴다. 마당 한편에는 현 동기회장인 무영이가 솜씨를 발휘한 조그만 연못이 자리 잡고 있고, 집을 둘러싼 유실수와 관상수들도 꽤 많이 보인다. 정원 주변에는 정성 들여 관리하고 있는 듯한 분재 작품들도 많이 보인다. 일찍 농익은 감들은 발아래 떨어져 쩍 벌어진 주홍색 속살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정창이가 수년동안 전국을 돌면서 모은 천 점 정도 되는 '수석'들이다.

친구는, 이 수석들을 이 집의 보물로 여기며 애지중지 관리하고 있다.

국내. 외 곳곳에서 수집한 각종 장식품과 골동품들도 예쁘장한 장식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많은 양의 비로 인해 허물어진 담장 공사는 생각보다 난공사였다.

친구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고 긴장감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못하는 것이 없다고 하는 에이스 춘국이는 며칠 전 벌초를 가서 왼 손가락을 다쳐 몇 바늘 꿰맨 상태로, 이날에도 차 안에서 상처 부위를 치료한 바 있었다.


주위 친구들을 둘러본 춘국이가 마음을 굳혀 먹는 듯했다. 춘국이 눈에는 작업 관련, 신뢰가 가는 친구가 보이지 않는 눈치였다.

춘국의 작업 진행절차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공사가 시작되었다.

이날 주도적으로 혼자 공사의 절반 정도를 수행해 낸 춘국과 예상치 않았던 수봉의 맹활약으로 공사의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마음이 다급해진 정창이도 직접 삽을 들고 땀을 보탰다.


새참으로 나온 막걸리, 홍어무침은 일꾼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작업은 4시간가량 소요되었다.

춘국이의 주도적 활약, 수봉의 헌신, 나머지 일꾼들의 마지막 마무리 작업 투입으로 이날 작업은 예상보다는 빨리 마무리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정창이는 수봉이를 '사돈'이라 부르고 있었다.


숯불 바비큐 그릴에서 구운 스테이크와 전갱이. 도미의 조합, 정창이 어부인이 준비한 맛깔스러운 밤. 오징어 김치와 홍어무침, 다음 날 아침 맛본 속풀이 다슬기 국 등, 수고한 노동에 대한 보상은 차고 넘쳤다.


삽을 잡아본 것도 드문 나에게 이번 청도 나들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노동의 힘겨움 속에서 협력의 기쁨을 맛보았고, 무엇보다 오랜 친구들과 유쾌한 웃음이 넘치는 건강한 1박 2일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모쪼록, 담배 끊은 정창이, 술 끊은 수봉이, 배려 깊은 준현이를 포함한, 모두가 건강관리를 잘해, 오래도록 우정을 나누기를 마음 깊이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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