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장가갔다.

(2025년 12월 10일)

by 해송

오늘 우리 아들이 장가갔다.
정확히는 서류상으로 혼인 신고를 했다.
구청에 가서 서류들을 제출하고 절차를 모두 마쳤다.
신부가 외국인이다 보니 서류를 준비하는 일이 오래 걸리고 절차가 복잡하다.

신부는 프랑스 짝꿍 멜리사다.
정식 결혼식은 내후년 6월 27일 프랑스에서 올릴 예정이다. 이틀 간격인 두 사람의 생일 중간 날짜로 멜리사가 정했다고 한다.
전직 간호사인 멜리사는 지금 대학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느라 바쁘다.

혼인 신고를 마치고, 우리 부부와 새 신랑, 신부는 점심 식사를 위해 송정 바닷가 근처에 있는 베트남 식당 '솜머이'를 찾았다.
결혼식 날 한국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장수와 길상의 의미로 국수를 주로 먹었다고 하자, 멜리사가 베트남 음식점을 제의했던 것이다.
처음 가본 식당인데, 쌀국수와 베트남 만두 짜조 맛이 괜찮다.

식당에서, 어제 와이프의 엄명하에 준비한 나의 축하 카드를 읽어 본 멜리사가 눈물을 훔친다.
어느 대목에서 감동을 했을까?
내일 떠나는 여행 경비를 넣은 봉투 하나도 슬그머니 건네니 또 한 번 감동에 눈물을 글썽인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봉투 안에 내가 넣어 놓은 사랑의 징표 하트를 찾아보라고 했다.
아들 녀석이 센스 있게, 봉투에서 뭔가 꺼내는 듯한 동작을 취하더니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멜리사에게 날린다. 무뚝뚝하던 아들 녀석의 엄청난 변화다. 베트남 음식점에 큰 웃음소리가 퍼진다.

평소 이 두 사람이 드론을 즐겨 날리던 기장 바닷가를 찾았다.
오전에 준비한 부케를 멜리사 손에 쥐어 주고 죽성 성당 주변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였다.
꽃을 든 멜리사가 꽃처럼 화사하다.
두 사람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하다.

저녁 식사시간에는, 아들이 예전 할머니가 즐겨 찾으시던 고기 집, '일품 한우'로 엄빠를 초대했다.
장모님이 하늘에서 활짝 웃으시면서, 손수 키우신 손자의 결혼을 축하해 주시는 것 같았다.
멜리사도, 자신의 할머니께서도 하늘에서 다 같이 축하해 주시는 것 같다고 응답한다.

식사 전 잠깐 프랑스에 있는 사돈 부부와 축하 화상 통화를 했다. 새로 맞이한 아들과 딸로 인해 너무 기쁘다는 공감을 나누었다. 멜리사의 부모님과 언니들은 하루 전 이미 축하 음성 메시지를 멜리사에게 보냈다고 한다.

IT 기술자와 교사로 각자 은퇴 후 캠핑 카를 몰고 전 세계로 여행을 즐기는 사돈 부부는, 내년에 한국과 베트남에도 방문하겠다고 하신다.
한국 드라마에 흠뻑 빠져 있다는 사돈 부부는 한국 3개월 살기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해운대 바닷가에는 불빛 축제가 한창이다.
백사장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알록달록한 불빛들을 배경으로 새 신랑 신부의 미소 띤 얼굴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천편일률적인 한국의 결혼식 대신 신랑, 신부 두 사람이 오롯이 주인공이 되는, 가족 중심의 간소한 결혼행사를 마친 것에 대해, 이 두 사람은 완벽 그 자체라고 만족을 표한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본인의 방식으로 당당히 결혼을 마친 아들과 짝꿍이 대견하다.
이번 달 한국과 베트남으로 날아올, 미국 사는 딸 커플이 합세하면 또 한 번의 축하 분위기가 마련될 것이다. 끔찍한 '오빠 바라기' 여동생이기에.

두 사람은 내일부터 3박 4일로 순천, 남해, 거제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이 두 사람이 손 잡고 시작하는 긴 인생 여정을 더욱 알차게 설계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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