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덕포 해상펜션 낚시

(2026년 1월 27일, 화)

by 해송

아침 07시 30분.

기온은 영하 2도. 제법 쌀쌀한 날씨다.


친구 수봉이가 나를 태우러 왔다.

‘일어나자마자 양치만 하고 달려왔다.’

수봉이의 말과 함께 입김이 하얗게 흩어진다. 오늘은 친구들과 낚시하러 가는 날이다.

정확하게는, 낚시를 좋아하는 고교 동기들, '라캄 5형제'의 낚시행사에 운 좋게 객으로 끼게 된 날이다.


도중에 준현을 태우고 정창이의 아파트로 향했다.

네 사람은 정창의 차 한 대로 거제 덕포 해상펜션까지 이동하기로 되어 있다.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창이는 10분쯤 늦게 도착한 우리 셋을 가재눈으로 쳐다본다.

오늘 낚시 행사를 주도한 정창은 전체 일정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그냥 넘기지 못하는 성격이다. 책임감이 강하다.


‘오늘 80~90 마리는 내가 보장한다.’

낚시 장소를 정한 정창은 어느새 조과를 장담하며 의지를 불태운다.

거제 선착장에 도착하니 춘국이와 무영이가 먼저 와 있다. 미안한 마음을 담아 악수를 나눈다.


잠시 후 해상펜션으로 가는 배가 나타난다.

여섯 명이 쓰기에 딱 알맞은 돔 형태의 펜션이다. 화장실도 실내에 있어 마음에 든다.

아침을 거른 수봉이는 도착하자마자 밥부터 찾는다.

부지런한 춘국이가 손을 바쁘게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닭도리탕을 내어 놓는다.

예전에 식당을 운영한 적이 있다는 춘국이의 레시피로, 그가 넘긴 식당에서는 아직도 닭도리탕이 인기라고 한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도 닭도리탕 맛만큼만 만들면 대성공일 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상 위에서 닭도리탕 냄비가 물러나자, 무영이가 준비해 온 한우 채끝살이 등장한다.

프라이팬 위에서 고기가 익어가자 소주잔이 오간다.

‘빨리 해라.’

마치 단체 회식이라도 온 듯한 분위기다.

일사불란한 속도전 속에, 어느새 낚싯대들이 본격적으로 준비된다.


정창이는 초보 낚시꾼인 나를 위해 낚싯대 한 세트를 챙겨 준다.

혼자서는 아직 릴과 낚싯대, 바늘을 제대로 연결하지도 못한다.

그냥 가르쳐 주는 대로 낚싯대를 드리우고, 운 좋게 고기가 걸리면 친구들이 바늘을 빼 준다. 그야말로 초보다.

그래도 낚시가 좋아서 따라왔다.


운 좋게 내가 가장 먼저 고기를 건져 올렸다.

‘서울 감시네.’ 옆에서 친구가 말한다.

‘감시’는 감성돔의 경상도 방언인데, 감성돔과의 차이를 잘 모르는 서울 사람들이 이 어종을 감성돔으로 착각해 붙은 이름이 ‘서울 감시’란다.

조사들은 별 관심도 두지 않는 고기다.

미묘한 민망함이 스치지만, ‘그렇다면!’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후 입질이 거의 없다. 친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오후 3시.

다섯 명이 테트라포트 인근으로 선상 낚시를 나간다.

다섯 시간 일정이다.

바다로 나가, 우선 부표 줄에 배를 고정시킨다.

배 아래쪽이 '여'라고 선장이 설명한다. ‘여’는 바다에 솟은 암초로 고기가 모이는 자리다.

‘해질 무렵부터 입질이 많아질 것이니 걱정 마세요.’ 선장이 말했다.


그런데, 한두 시간이 지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무안한 선장이 직접 낚싯대를 잡아 보지만 성과는 시원치 않다.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정창이 말에 준현도 거든다.

‘물이 바뀌기 시작하잖아.'

‘오늘은 이대로 끝인가?’ 조바심 속에 다들 말수가 줄어든다.

다들 마음은 급한데, 낚싯줄만 끊어 먹는 복어는 유난히 잘 문다.


선상 낚시를 시작한 지 네 시간이 지났다.

준현이의 중치 쏨뱅이 한 마리, 춘국이의 볼락 중치 한 마리, 그리고 각자 잡은 작은 쏨뱅이 몇 마리가 오늘의 조과 전부다.

낚시에 관해서는 거의 전문가 수준인 친구들조차 총 30여 마리의 조과에 실망한 눈치다.


작년 가을, 초보자 신분으로, 처음으로 참여했던 동기회 낚시대회에서 12 마리의 경이적인 조과를 올린 바 있는 나 역시 다섯 마리의 초라한 조과에 속으로 아쉬움을 삼킨다.

오늘이 '조금'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인다. 조금 때는 물때 변화가 거의 없어 전문가도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다들 손 맛은 보지 않았는가.’ 스스로를 그렇게 위로한다.

펜션으로 돌아오니 따뜻한 방이 얼어 있던 몸을 녹여준다.

사내들의 우레 같은 코골이에, 한 밤중 해상펜션이 떠내려가는 줄 알았다.


다음 날 아침 6시 반.

하나둘씩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기온은 영하 1도.

춘국이는 벌써 된장국을 끓이고 있다.

준현이 아내가 정성껏 챙겨준 재료들을 투입하고 간을 몇 번 보더니 구수한 된장국이 뚝딱 완성된다.

정창이는 어느새 혼자 밖에서 낚시에 열중하고 있다.

조황을 묻자, 입질이 없으니 나오지 말라고 손사래를 친다.


아침상이 거의 차려질 즈음, 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이번 출정 중 처음 보는 큼직한 성대 한 마리가 정창의 바늘에 매달려 올라온 것이다.

'체면치레는 했네.' 정창이가 혼잣말을 한다.

준현이가 내장을 갈라내고, 정창이가 곧바로 회를 쳐서 도마에 올린다.

소주 한 잔에 회 한 점씩.

회맛이 달다.

철수한 때까지 정창이는 성대 총 5마리를 잡았다고 한다.


몇 사람은 방을 정리하고, 몇 사람은 아쉬움에 마지막 낚싯대를 드리운다.

이번 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아쉬움은 크지 않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많이 웃었다.


해상펜션을 떠나, 괴정으로 이동해 복요리로 점심을 마무리한다.

전날 바다로 돌려보낸 복어들이 떠오른다.

쏨뱅이 다음으로 많이 잡았던, 낚시꾼들이 가장 싫어하는 그 복어들이다.


귀가 후 되돌아보니, 친구들과 물 흐르듯 함께 했던 시간들만 남아 있다.

그 시간들이 바로, 가장 최근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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