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가는

by 해송

모처럼 우리 부부가 동생들 부부들과 같이 길을 나선다.

동래와 김해가 목적지다.


한국에서 차로 도로를 달리면 기분이 상쾌하다.

내가 살고 있는 호찌민과 달리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푸른색의 산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에 거주할 때에는 산이 많다는 것을 잘 느끼지도 못했고, 차로 이동할 때 산들이 아름답다고까지 생각해 본 적은 더더구나 그렇게 많지 않았다.

적어도 호찌민이라는 열악한 자연환경의 도시에서 25년을 살게 되기 전까지는.


호찌민에서는 산과 바다를 만나려면 승용차로 최소한 2시간 반 정도는 달려야 된다. 그것도 한국처럼 높지도, 등산로가 잘 조성되지도 않은 산이다.


그래서 고속도로나 외곽 도로들이 잘 조성된 한국에서 차를 타고 달리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환상적인 느낌을 경험하는 일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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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바닷가 인근에서 태어나고 바다 곁에서 성장한 나는 늘, 넓게 펼쳐진 바다의 푸른빛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 같다.

부산 기장 주변, 해안선을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도 내가 즐겨 찾는 코스다. 호찌민 인근 바다와 강물 색깔인 황토색이 아닌, 푸르디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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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보아도 질리지 않고, 돌아서면 또 그리운 바다가 가까이 있고, 여기저기 펼쳐져 있는 올레길, 파랑길, 갈맷길, 흰여울길 등과 높고 낮은 다양한 산들이 풍성한 부산이 나는 너무 좋다.


오늘처럼 부산 인근, 아기자기한 산들의 푸른 초록으로 눈호강을 마음껏 하면서 산소를 다녀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의 그리운 얼굴도 뵙고 호주머니 깊숙이 숨겨둔 이야기들도 실컷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신 유지를 잘 받들고 있음을 보여 드리면 또한 내 마음이 편하다.

그러고 나면 밀린 방학 숙제를 끝낸 듯한 상쾌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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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다 같이 함께 하면서, 엄처시하에서 다소 풀이 죽어있는 환갑이 넘거나 다 된 동생들 편을 은근히 들어주면, 형님한테 고자질하듯 신이 나서 이야기하느라 형제간의 술 시간이 자꾸 늘어지는 것도, 헤어져 돌아오면서 미소 짓게 만드는 즐거운 에피소드 중 하나다.


산소 가는 날은 나에겐 소풍 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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