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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송 Sep 16. 2024

유럽 여행 4일, 5일 차 – 체코 프라하

(2024년 9월 13일, 14)

블타바 (Vltava) 강을 끼고 1,000년 이상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유럽의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제1, 2차 세계대전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덕분에, 고딕, 바로크, 르네상스, 로마네스크 등 다양한 건축양식의 멋진 고전 건축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예술과 문화의 도시이다.


오늘 일기예보를 보니 관광하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은 날씨다. 하루종일 비 올 확률 100%, 홍수 경보, 낮 최고 기온 섭씨 9도, 부다페스트보다 10도가량 낮은 온도다.

부다페스트의 상큼한 가을날씨와는 달리, 일요일까지 비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하니, 3일간 우요일의 프라하 일정이 될 것 같다.


아침부터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호텔에서 나와 프라하의 심장부라고 하는 구 시가지 광장으로 향했다.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구 시 청사 건물의 천문 시계를 보기 위해서다. 


1410년에 제작된 이 시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천문시계이며 현재 작동되는 것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매 시각 정각에 시계가 울리는데, 정각이 되니 해골이 줄을 당기면서 종이 울리고, 창문이 열리면서 그리스도 12 사도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닭이 울고 종이 울리는 의식이 치러진다.


구 시가지에서 블타바 강을 향하는 카를로바 거리는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무리 지어 있다.

연간 1억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단일 도시로는 세계 최다 관광객을 보유한 도시임을 실감한다.

카를로바 거리의 끝에서 카를교가 시작되는데, 프라하를 상징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인 ‘카를교 (Charles Bridge)’는 블타바 강 (Vltava River) 동쪽의 상인 거주지와 서쪽의 프라하 성을 잇는 최초의 다리로 블타바 강 13개 다리 중 가장 오래되고 아름답다. 1402년 완성되었다고 한다.


카를교에는 30 여개에 이르는 바로크식 조각상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15번째 교각에 세워진 얀 네포무츠키 (Sv. Jan Nepomucky, St., Jonh Nepomuk:?~1393) 성인상의 좌대에는 성인의 죽음과 관련된 2개의 부조가 있는데, 유달리 반짝이는 부분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 때문에 그 앞에는 사람들이 무리 지어 있다. 뒷전에서 나도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어 본다.


계속 내리는 비로 인해 날씨가 더욱 춥게 느껴지는 가운데, 오늘 카를교의 분위기는 비 오는 날의 수채화 그 자체다. 호텔로 철수해서 따뜻한 컵 라면과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인다.

잠시 휴식 후, 프라하의 상징이자 체코의 상징인 프라하 성으로 다시 길을 나서 본다.


프라하 성은 프라하의 초기 역사부터 존재해 왔으며, 체코의 왕들과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들이 이곳에서 통치를 했다고 하는데, 현재는 체코 공화국의 대통령 관저가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프라하 성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옛 성이다. 길이는 약 570미터, 폭은 약 130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높은 천장과 스테인드 글라스로 유명한 비투스 성당을 둘러본 뒤, 과거 프라하 성을 지키던 병사들의 거주지로 사용되었던 황금소로를 찾았다. 거장 프란츠 카프카의 작업실이었다고 하는 서점과 중세시대 사용된 갑옷투구와 무기들도 만날 수 있었다.


빗속에서 오늘 하루도 우리 부부를 가이드한다고 분주했던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카페 임페리얼 (Café Imperial)이란 레스토랑에서 맥주와 와인을 곁들인 저녁 식사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어린 시절, 침대에서 돌돌말이 김밥 놀이를 해 주면 오빠와 함께 숨 넘어갈 듯 깔깔대던 딸이 어느새 장성해서 같이 여행하면서 옛 추억을 함께 나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하다.



다음 날, 계속되는 비가 그치질 않아, 딸은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우리 부부 둘이서만 천문시계가 있는 구 시 청사건물을 거쳐 어제 조금 아쉬웠던 카를교를 다시 방문했다. 얀 네포무츠키 성인상 좌대에 있는 부조 중 반짝이는 강아지 부분에 손을 대고 사진도 한 장 남겨 본다.


비가 그치질 않아 우리도 호텔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점심도 룸 서비스로 주문했는데 부지런한 딸이 음식 카트를 직접 끌고 나타난다. 호텔 방 안에서 편안히 맛보는 햄버거와 샌드위치, Soup이 모두 맛있다. 오라버니 목소리가 그리웠던 딸은 오누이 간의 통화에서 가이드의 고충을 귀엽게 고자질하는데, 그 모습이 정겹다.


늦은 오후에 올라가 본 구 시 청사 전망대에서는, 쌍둥이 검은 탑의 Tyn Church를 포함한 프라하의 높은 중세풍 건물들과 짙은 주황색 지붕들이 파노라마처럼 발아래 펼쳐진다. 프라하의 모든 일정을 정리하는 하이라이트였다.


젊은 날 여행을 가면 가능한 많은 곳을 방문해서 증표로서 사진을 남기는 일이 아주 중요한 일이었고,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큰 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일정을 무시하는 일이 다반사이고 피곤하다 싶으면 스케줄을 무시하고 그냥 쉰다. 한 마디로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인다.


알려진 명소를 방문하여 눈과 가슴에 담는 일도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면 여행 중 필요한 휴식을 취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인생에서 쉼이 필요하듯, 여행에서도 휴식 또한 중요한 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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