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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by 해송

홈런 볼 날리던 찜뽕 (찜뿌),

검술실력을 키우던 마때 (자치기),

점프공격으로 말 허리 갈라 치던 캐로마 (말타기),

스피드와 파워가 필요한 닭싸움


정교함의 자웅을 겨루던 구슬치기

구슬 따먹기에서 인기 있던 아이노꾸 (튀기 구슬)

운칠기삼의 딱지 따먹기

숙련된 기술을 요하던 고무신 치기


해수욕장 탈의실 못 간 아이들은

백사장 모래 속에 속옷을 묻어두고

오지 않는 교대 보초 기다리다 지쳐

아이스께끼 (빙과류) 막대 하나 꽂아 두고


귀하디 귀한 팬티 잃어 곡 소리 나고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 벗겨진 껍질

귓속에 남은 바닷물은 동굴 메아리

속상한 뒷마무리는 어머니들의 몫


고향은,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충무동 동양극장과 골목시장

남부민동 윗길 카도 (모퉁이) 정류장 골목길

자갈치 고래고기와 등대 곰장어

남포동 둘 반 다방, 신창동 파전 집 막걸리


고향은,

농익은 추억들이 나를 소환하는 곳


집 마당 어귀 드럼통엔 살얼음이 얼고

장독대마다 추억들이 살아 숨 쉬고

자그마한 마당에선 밤하늘 별을 세며

쪽 창문 너머 바다를 보며 꿈을 키우던 곳


고향은,

따스하고 편안한 어머님 품속


부모님의 체취가 남아 있고

어린 동생과 누이가 살고 있는 곳

투박한 정 속에 덕담이 넘치고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는 곳


고향은,

마음속 깊이 묻어둔 그리운 곳


외롭고 힘들 때 사무치게 생각나는 곳

나이 들면 돌아가고 싶고

아들 딸에게 꼭 보여주고 픈 곳

꿈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는 곳


고향은,

사람냄새나는 곳


병조와 주백이가 생각나고

시장 통 동동주와 파전 냄새나는 곳

투박한 사투리에 정이 느껴지고

나를 부르는 친구 목소리가 들리는 곳


고향은,

변했어도 변하지 않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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