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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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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송
Apr 20. 2024
홈런 볼 날리던 찜뽕 (찜뿌),
검술실력을 키우던 마때 (자치기),
점프공격으로 말 허리 갈라 치던 캐로마 (말타기),
스피드와 파워가 필요한 닭싸움
정교함의 자웅을 겨루던 구슬치기
구슬 따먹기에서 인기 있던 아이노꾸 (튀기 구슬)
운칠기삼의 딱지 따먹기
숙련된 기술을 요하던 고무신 치기
해수욕장 탈의실 못 간 아이들은
백사장 모래 속에 속옷을 묻어두고
오지 않는 교대 보초 기다리다 지쳐
아이스께끼 (빙과류) 막대 하나 꽂아 두고
귀하디 귀한 팬티 잃어 곡 소리 나고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 벗겨진 껍질
귓속에 남은 바닷물은 동굴 메아리
속상한 뒷마무리는 어머니들의 몫
고향은,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충무동 동양극장과 골목시장
남부민동 윗길 카도 (모퉁이) 정류장 골목길
자갈치 고래고기와 등대 곰장어
남포동 둘 반 다방, 신창동 파전 집 막걸리
고향은,
농익은 추억들이 나를 소환하는 곳
집 마당 어귀 드럼통엔 살얼음이 얼고
장독대마다 추억들이 살아 숨 쉬고
자그마한 마당에선 밤하늘 별을 세며
쪽 창문 너머 바다를 보며 꿈을 키우던 곳
고향은,
따스하고 편안한 어머님 품속
부모님의 체취가 남아 있고
어린 동생과 누이가 살고 있는 곳
투박한 정 속에 덕담이 넘치고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는 곳
고향은,
마음속 깊이 묻어둔 그리운 곳
외롭고 힘들 때 사무치게 생각나는 곳
나이 들면 돌아가고 싶고
아들 딸에게 꼭 보여주고 픈 곳
꿈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는 곳
고향은,
사람냄새나는 곳
병조와 주백이가 생각나고
시장 통 동동주와 파전 냄새나는 곳
투박한 사투리에 정이 느껴지고
나를 부르는 친구 목소리가 들리는 곳
고향은,
변했어도 변하지 않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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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송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한 베이비 부머의 호찌민 생활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과 추억을 공유하고, 은퇴 후 베이비 부머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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