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9일)
플라멩코의 본고장이자 뜨거운 열정의 도시, 딸이 엄빠와 꼭 다시 와보고 싶다던 도시, 세비아의 아침이 밝았다.
1904년 오픈한 추로스 가게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미로 같은 골목길을 걷다 보니 세비아 대성당이 나온다.
98m 높이, 25개 종탑이 있는 히랄다 탑부터 올라가 본다. 계단 대신 경사로로 되어 있어 오르기에 편했다.
평화로운 세비아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종탑에서 내려와, 유럽에서 세 번째, 스페인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세비야 대성당 안으로 들어선다.
1402년에 한 세기에 걸쳐 완성되어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네오고딕 등 다양한 건축양식이 혼재된 이 성당에는 중세기 왕들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고, 스페인의 옛 4대 왕국을 상징하는 왕들의 조각상이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관을 메고 있다.
80여 년에 걸쳐 목재로 만든 제단은 세계 최대 규모로 황금빛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7,000여 개의 파이프로 연결된 거대한 오르간이 대성당의 웅장함을 더해주고, 창들을 장식한 스테인드그라스들이 성당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가운데,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의 모습에 숙연히 경건함을 느낀다. 바깥 중정에 가득한 오렌지 나무들도 눈길을 끈다.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에는 느닷없이 내리는 보슬비에 우산을 펼치고 세비아에서 가장 트렌디한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고 하는 메트로폴 파라솔 관람을 한다.
원래 오래된 전통시장이었던 곳을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거대한 버섯모양의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로 탄생시켰다고 한다.
전망대에 올라 360도로 펼쳐지는 세비아의 뷰를 감상해 본다. 실내 공간에서 관람한 세비아 소개 영상은 이 도시를 일목요연하게 어필하는 수준 높은 영상으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저녁에 있는 플라멩코 공연 관람.
플라멩코는 15세기경 인도에서 쫓겨나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정착한 소수민족 집시들이 만든 민속 예술이다.
박해를 받던 집시들이 갖은 핍박을 견뎌내는 동안 그들의 한과 슬픔을 춤과 노래로 표현하면서 시작된 플라멩코. 바일레 (춤), 칸테 (노래), 토케 (기타 연주)의 3가지 요소에, 흥을 돋구는 추임새인 할레오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손뼉과 손가락으로 소리내는 스냅인 팔마스와 피토스까지 잘 결합되어야 수준 높은 플라멩코가 완성된다고 한다.
플라멩코의 공연 내용은 3가지 분위기로 구성되는데, 죽음이나 한, 번뇌 등 슬프고 무거운 분위기의 노래와 춤을 보여주는 칸테 혼도, 사랑. 행복. 즐거움을 다루는 기타 연주와 춤의 칸테 치코,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분위기의 칸테 인테르메디오로 구성된다고 한다.
환상적이고 정열적인 플라멩코에 몰입된 1시간 공연이 순식간에 끝났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았다.
그 소중한 여운을 한 잔의 와인에 담아 내 가슴속에 담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