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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송 Oct 01. 2024

유럽 여행 11일 차 - 스페인 세비야

(2024년 9월 20일)

세비야 도착 3일 차로 오늘은 사진 촬영이 있는 날이다. 

딸이 추억을 남기기 위해 특별히 기획한 행사다. 

사진작가의 요청에 따라 꽃가게에서 꽃다발을 하나 준비해서 약속한 스페인 광장으로 향한다. 


스페인 광장은 1929년 '라틴 아메리카 박람회'를 위해 조성된, 반원형의 거대한 광장이다. 

줄지어 늘어선 흰색 기둥들과 함께 큰 원을 그리며 휘어진 웅장한 건물, 건물 따라 만들어진 작은 수로 위를 떠 다니는 보트들, 광장 중심에 자리한 '분수대'와 스페인 58개 도시의 휘장과 역사를 타일로 표현한 화려한 '타일 벤치' 등 다양한 건축물들이 볼거리들을 제공하고 있다. 거리의 연주자들도 군데군데 자리 잡고 기타 연주나 아코디언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조금 늦게 도착한 사진작가가 예상과는 달리 한국인이 아닌 스페인 사람이다. 

한국인이 한국업체 이름을 내세우고 실제 촬영은 스페인 기사에게 맡기는 시스템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현지 촬영 기사를 믿고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스페인 기사는 1시간 동안 스페인 광장의 포토 존을 옮겨 가면서, 우리에게 이런저런 포즈를 주문하기도 하고, 땀을 흘려가며 나름 성의 있게 촬영에 임한다. 2주 후 사진을 받기로 하고 서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남기고 헤어졌다. 


우리 모두 허기진 몸으로, 예약한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30분을 기다려야 되는 상황이다. 이래저래 오늘은 일진이 안 좋은 날인 것 같다. 예약을 취소하고 호텔로 돌아와 Rooftop 레스토랑에서 햄버거, 클럽 샌드위치, 문어 크로켓, 콜라 등을 주문해서 먹는데 허기와 갈증 때문인지 그야말로 꿀맛이다. 


손님도 많지 않은 한적한 분위기에 그늘도 적당히 지고 천정에서 적당량의 시원한 물보라도 분사를 해 주니 이 순간 최고의 레스토랑이다. 이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햄버거라고 칭찬해 주니 레스토랑 매니저가 주방 Chef이 엄청 좋아할 것이라고 한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해서 그런지 실제로 음식들이 모두 맛있어서 우리 삼총사 모두 대만족이다. 


방에서 꼼짝 하기가 싫은 우리는 호캉스라도 하듯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달콤한 오수도 잠시 즐겨본다. 


그리곤, 룸서비스로 주문한 치킨, 하몽과 보관 중이던 소주와 컵 라면으로 일과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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