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1일)
아침식사는 커피 한 잔과 우리나라 튀김 만두처럼 생긴 스페인식 파이, 엠파나다 (Empanada)다.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알카사르 궁전을 찾았다.
8세기 초 우마이야 왕조의 이슬람 제국이 스페인을 침입한 이후 300년이 넘도록 주도권을 유지했는데,
이러한 이슬람의 영향력은 안달루시아 역사와 문화에 많은 흔적을 남겼다.
세비야 알카사르 궁전 역시 그런 역사의 산물 중 하나다.
알카사르 궁전은 이슬람풍의 기독교 건축양식인 ‘무데하르’ 양식이라고 하는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외관이 지어진 궁전인데, 말발굽 모양의 아치, 화려한 패턴의 타일, 다수의 분수, 중정 등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12세기부터 이베리아 반도에서 발현, 16세기까지 발전된 이 ‘무데하르’ 건축 양식은, 건축 자재로 벽돌을 사용하고, 벽이나 바닥 장식을 위해 형형색색의 도자기와 도기 타일을 활용하고 있는데,. 파사드나 내부 벽들은 날카로운 끌이나 칼로 조각한 기하학적 문양의 장식 무늬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 세계 각국의 대사들을 접견했던 장소이자, 우주를 표현했다는 거대한 돔 형태의 화려한 천장과 이슬람풍의 문양으로 유명한 대사의 방, 좌우 대칭의 건물과 중앙을 가르는 수로, 화려한 문양의 아치형 복도로 유명한 소녀의 정원, 궁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붉은빛의 외벽 상단에 사자 문양이 그려진 사자의 문 등을 감상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 외에, 푸른 녹음과 어우러진 연못, 테라스와 정원의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는 가운데,
공작과 청둥오리들이 평화롭게 노니는 정원 근처에는 고가의 희귀품종 공기정화식물인 몬스테라와 오렌지 나무들도 많이 보인다.
느지막한 점심을 위해, 유럽 여행 기간 중 처음으로 트램이 지나다니는 길가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본다.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파라솔 아래 테이블에는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밥과 홍합, 오징어 등의 해산물과 아스파라거스 등이 들어간 발렌시아의 국민 음식이라고 하는 빠에야 (Paella), 짭조름한 대구살 크로켓, 신선한 핑크 토마토 등을 맛본다.
3시간 정도의 도보 관광으로 인한 갈증이 역시 시원한 맥주를 부른다. 그리고, 레드와인과 과일이 혼합된 시원한 샹그리아 (Sangria) 한 잔으로 갈증이 완전히 해소된다.
딸이 자유시간을 즐기는 동안, 우리 부부는 다소 아쉬웠던 스페인 광장을 다시 한번 더 둘러본다.
참고로, 유럽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스페인은 영국, 아일랜드, 포르투갈과 같은 그리니치 평균시 (GMT)를 사용하는 것이 경도상 맞으나, 제2차 세계대전이 계속되던 1942년 프랑코 정권에 의해 이탈리아, 독일과 시간을 맞추고자 1시간 늦은 시간대로 변경했고 이것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서머타임이 적용되는 여름과 가을에는 2시간을 늦게 사는 셈인 데다, 점심 식사 후 편안히 누워 휴식을 즐기는 ‘시에스타’가 아직도 상점이나 식당 영업시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스페인 사람들은 저녁 6~7시에는 간식을 먹고, 통상 9시가 넘어 저녁식사를 한다고 한다.
우리 삼총사도 밤 10시, 근처 일식집을 찾아 사시미, 스시, 튀김요리와 함께 사께 한잔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오늘도 과거 중세시대와 현재를 오가는 듯한 꿈같은 여행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