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송 Oct 22. 2024

일상으로의 복귀

여행은 삶과 글쓰기의 자양분과 에너지가 되기도 하지만, 다녀오면 남아있는 여운의 후유증으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 특히 장기간의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우, 시차 적응에도 시간이 꽤 소요되는 것 같고, 나이가 들수록 일상으로의 복귀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연극이 끝난 뒤 바라보는 텅 빈 무대 같은 공허함은 분명 아닌 것 같은데, 20일간의 유럽 여행을 마친 후 나는 시차적응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예전에 잘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도 쉼이 필요할 때가 있다. 육체가 휴식을 요구할 때에는 두뇌도 같이 휴식을 갖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런 경우, 이제 난 그냥 몸이 원하는 대로 맡긴다. 특히 그럴듯한 핑곗거리라도 생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이 글을 쓰는 목적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끔 놀랄만한 신박한 한마디로 나를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아내가 달콤한 사탕을 건넨다. '다른 사람들 보다 그대를 가장 잘 아는 내가 그대의 살아온 삶 자체를 인정해 줄 테니 글 쓴다고 그만 애쓰고 푹 쉬세요'. 그 말 한마디에 최근 몇 주간 글쓰기를 멈추었다. 기지개를 켜어 본다. 


인생자체가 지구란 별에서 하는 하나의 여행이기에 나는 현재 긴 여행 중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또한 호찌민으로 돌아가기 전 한국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나의 삶과 글쓰기의 소중한 자양분과 에너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고, 글쓰기는 내가 그 누구보다도 나 스스로에게 인정받기 위함이 가장 큰 동인이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일 게다.


창가에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너머로 보이는 휑한 해운대 백사장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다. 

커피 한 잔을 부르는 이 분위기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내 마음을 가지런히 정돈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유럽 여행 20일 차 - 영국 런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