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으로의 귀환 (歸還)

2025년 2월 28일

by 해송

2025년 2월 25일.

6개월 동안 비운 베트남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새벽 일찍 서둘러 김해공항으로 향한다.

공항에 도착하니, 베트남행 여행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나긴 줄을 이루고 있다.

다행히, 새벽 3시 반부터 서두른 덕분에 공항에 도착해서도 시간 여유는 많다.

어른들의 손을 잡은 꼬마 여행객들도 꽤 많다. 아직 겨울방학인가?


우리 부부는 Angel in us에서 바게트 샌드위치와 카페 라테로 아침 요기를 때운다.

아침 8시 30분에 이륙한 호찌민행 비행기는, 의외로 반 정도는 빈 좌석인 것 같다.

아마도 출국장 앞의 그 많던 베트남 여행객들 중 많은 사람들은, 요즘 인기 급상승한 푸궉이나 다낭행 여행객들이었던 것 같았다.


만석이 아닌 호찌민행 비행기를 타본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덕분에 무릎 수술 후 아직 걸음이 다소 불편한 아내가 번잡스러움을 피할 수 있어 좋았다.


5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우리가 탄 비행기가 호찌민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얇은 하복으로 환복을 했다. 두꺼운 겨울 옷을 입고 집으로 이동하는 것은 거의 죽음이기 때문이다.

공항 문이 열리자, 익숙한 호찌민의 더운 열기가 우리를 환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나이성 다이픅 섬 안에 위치한 스완 베이 빌라 단지에 도착한 시각은 거의 오후 1시 반 경이었다. 한국 시각으로는 오후 3시 반이다.

아래층, 위층 문들과 창문들을 활짝 열고 대청소부터 시작한다.

온몸에서 땀을 한 바가지 쏟고 나니, 집안이 그럭저럭 예전 모습으로 변모해 가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비운 집안을 깨끗하게 정리하려면 며칠은 더 걸릴 것이다.


관리사무소로 연락해 끊긴 인터넷도 다시 신청하고, 이제는 10살이나 먹어 성능이 시원치 않은 6인승 카트 배터리도 충전해 본다. 제대로 달릴 수 있으려나?


다음 날 아침, 기상과 동시에 단지 산책길에 나선다.

다이픅 섬은 서울 여의도 면적과 비슷하기에, 상대적으로 입주민이 많은 우리 단지와 인근의 강변 산책로만 한 바퀴 도는 데에도 1시간 반은 족히 걸린다. 이른 아침과 해질 무렵 불어오는 맑은 강바람을 쐬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빨 빠진 키 작은 청소부 할머니와 한쪽 눈이 실명된 또 다른 청소부 아주머니가 반갑다고 인사를 건넨다.

길가에 활짝 핀 수수한 보라색 루엘리아 (Ruellia), 강가에서 은은한 향기를 선사하는 하얀색 재스민 (Jasmine)과 고고한 자태의 분홍색 부겐빌레아 (Bougainvillea)도 나에게 미소를 보낸다.

모두 정다운 이웃들이다.


단지 내에는, 주 건물 공사를 1년 전에 이미 마친 싱가포르 국제학교가 또 다른 신축건물 공사를 하고 있는 것과 셔틀 보트 선착장에 있던 작은 건물을 틔어 승객 대기 공간으로 만든 것 이외에 다른 큰 변화는 없다.


유일한 큰 변화라면, 베트남에 입국한 날 귀가 길에서 본 것과 같이, 단지 인근에서 년짝 대교 (Nhon Trach Bridge)를 포함하는 3번 외부순환도로 (Ring road 3) 공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었다. 4월 말에 예정대로 공사가 완공되면, 호찌민 시내에서 이곳 섬까지 차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된다.


어제는 산책길에, 아침 운동을 하고 있는 베트남 이웃들을 6개월 만에 만났다.

모두들 반갑다고 악수를 청한다.

싱가포르 국제학교는 이제 정식으로 학생들의 등록 신청을 받고 있는데, 9월에 개교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저녁에는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러 셔틀 보트 선착장을 찾았다.

롯데리아 앞에 ‘2025년’이라고 적힌 장식물을 보니, 새해 들어 2월 말이 되어서야 내가 베트남 집에 왔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지면서 잠시 이방인의 감성이 스쳐 지나간다.

시원한 자연풍을 맞으며 즐기는 코코넛 주스가 후덥지근한 밤의 열기를 식혀준다.


나는 오늘, 인간은 참으로 미약한 존재란 사실을 또 한 번 실감했다.

일 년 내내 낮 기온 섭씨 31도 이상인 호찌민에서 26년째 살고 있는 나는, 한국에 가서 알록달록 단풍 진 가을 산야와 영하 10도 안팎의 혹독한 겨울 추위를 맘껏 즐기고 3일 전, 무탈하게 호찌민으로 돌아왔다.

무더운 호찌민에 돌아오자마자 한국에서는 거의 안 마시던 냉수에 자꾸 손이 가더니, 결국 목감기에 걸렸다.

약 40도가량의 온도 변화와 함께 갑작스럽게 맞은 더위를 쫓으려고 수시로 튼 에어컨 바람이 원인이었다.


지난 9월, 유럽 여행 후 한국으로 돌아와, 시차 적응을 못해 보름 이상을 비몽사몽 상태로 보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온도 차이에 대한 적응을 못해 감기에 걸리다니, 26년을 살아온 호찌민의 더위에 새삼스럽게 기가 눌린 탓인가?

다시 한번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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