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8일, 29일, 30일)
(2025년 3월 28일)
오후 3시경, 대학 서클 후배 기원이가 호찌민 떤선녓 (Tan Son Nhat) 공항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기원이는 삼성물산에서 근무하다가 오래전 독립해서 지금은 한국에서 수산물 수입 유통을 하고 있다.
과거 1년에 한 두 차례 베트남 출장을 오곤 했었는데, 주로 냐짱 (Nha Trang) 지역에 거래선들이 있어 호찌민에는 아주 오랜만에 출장을 왔다.
기원이와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하고, 스완 베이에서 사이공 시내로 나가는 17시 15분 셔틀 보트에 올랐다.
기원이가 알고 있는 베트남인 지인도 합석하길 원해 흔쾌히 자리를 같이 하기로 했다.
저녁 6시, 1군 박당 (Bach Dang) 선착장에서 만난 우리는 인근 타이반룽 (Thai Van Lung)에 있는 일본 야키니쿠 식당 포 딘 (Pho Dinh)으로 이동한다. 젊은 시절 동경 지사에 근무를 한 적이 있는 기원이는 포 딘을 아주 만족해한다.
53살의 젊은, 기원이의 베트남인 지인은 현재 물류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거 기원이가 큰 거래선이었고, 지금은 직접적인 사업 관계는 없지만 사업을 떠나 과거에 도움을 받았던 소중한 인연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인연과 의리를 중시하는 이 멋진 젊은 베트남 사장에게, 처음 만난 내가 오히려 고마운 감정이 든다.
두 시간가량의 식사를 마치고, 스완 베이로 가는 밤 9시 셔틀버스가 오는 박당 선착장까지 자신도 굳이 동행하겠다고 하는 이 베트남 사장의 고마운 마음씀씀이에, 내일 우리 집으로 와서 다 같이 저녁을 함께 하자고 하니,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한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지만 후배의 소중한 인연으로 내 기억의 호주머니 속에 남겨둔다.
그렇게 오늘도, 오랜만에 서클 봄소식을 들고 베트남에 온 후배와 나눈 술잔과 대화 속에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느낀다.
유붕이 자원 방래하니 불역낙호아!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2025년 3월 29일)
오늘은 서클 후배 현주도 호찌민을 방문한다. 토목을 전공한 현주는 부산 시청에서 정년퇴직 후, 현재 건설회사에서 감리를 맡고 있는데, 내가 살고 있는 동나이 성 다이 픅 섬 스완베이에 기원이와 함께 놀러 오기로 했다.
아내와 초등학교 같은 반 친구이기도 한 그는, 9년 전 LA 사무소장으로 근무할 당시 우리 가족이 LA 여행을 갔을 때 한 걸음으로 달려와 주었던 정이 많은 후배다.
후배 한 명이 더해지니 오늘은 즐거움이 배가될 것 같다.
오전 11시 15분경, 현주가 탄 비행기가 호찌민 떤선녓 공항에 안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나도 기원이가 머물고 있는 호텔로 가기 위해 스완 베이 선착장으로 향한다. 11시 50분 셔틀 보트를 타면 12시 30분에 사이공 박당 선착장에 도착한다.
세 사람은 호텔에서 만난 뒤, 호찌민에서 반드시 적어도 한 번은 맛보아야 되는 쌀국숫집, 퍼 화 (Pho Hoa)로 이동한다.
우리 가족의 26년 단골 쌀국숫집인데, 쌀국수 한 그릇에 9만 동으로 가성비도 좋고 맛이 한결같다. 뭔가 조금 아쉬울 땐 베트남 튀김만두인 짜요 (Cha gio) 한 접시를 같이 맛보는 것도 괜찮다.
또한, 쌀국수를 먹고 나서 달콤한 카페 스다 (Cafe Sua Da) 한 잔을 하게 되면, 쌀국수 국물이 주는 약간의 느끼함을 말끔히 지울 수 있어 아주 좋다.
세 사람은 스완 베이로 향하는 14시 50분 배에 탑승했다.
버기 (Buggy)를 타고 한적한 동네 한 바퀴를 둘러보고, 집으로 들어간다.
같은 서클 출신인 아내가 우리 모두를 반긴다. 아내는 이들을 아마도 수년만에 만나는 것 같은데, 이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준비한 저녁식사를 모두 다 같이 하면서, 모처럼의 회포를 푼다.
대학생 시절, 우리 영어회화 서클 회원들은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정기모임을 가졌는데, 뒤풀이까지 마친 후에도 그 누구도 먼저 집으로 가려고 하지 않으려고 할 정도로 중독성 있는 서클이었다. 그 아쉬움 때문에 2차를 가거나 회원 집으로 가서 외박을 하는 것도 부지기수였다. 그렇기에 서클 멤버들이 오랜만에 만나 옛 추억 속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끝이 없다.
(2025년 3월 30일)
사이공으로 향하는 14시 50분 셔틀 보트에 오른다.
기원이는 오늘 아침 일찍 일행과 함께 베트남 거래선을 만나러 떠났고, 나는 오늘 늦은 밤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현주를 만나러 간다.
오전에 현주는 혼자서 오토바이 택시에 매달려 사이공 1군과 강 건너 2군 곳곳을 누비고 다녀 보았다고 한다.
도전정신이 충만한 현주다.
운동을 좋아하고 특히 축구를 좋아하는 현주는 최근 운동을 줄이면서 나타나는 어깨와 목 결림 현상 때문에, 바디 마사지로 뭉친 근육을 좀 풀고 돌아갔으면 한다.
2군 타오디엔 안푸 (Thao Dien Anh Phu)에 위치한 만다린으로 향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깨끗한 한국식 사우나탕과 마사지 시설을 갖추어, 한국인뿐 아니라 베트남인들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저녁은 한국 횟집 "행님아"로 정했다.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며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순식간에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랩 (Grab)이 활성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잡기 힘든 일반 택시를 겨우 잡아타고 선착장이 있는 박당으로 돌아가니 몇 분 뒤에 곧바로 스완 베이로 가는 셔틀버스가 온다.
현주는 내가 출발하고 나면, 대중 버스로 공항까지 가 보는 시도를 한번 해 보겠다고 한다. 현주의 도전정신이 대단하다. 다음을 기약하며 현주와의 이틀째 일정을 마감했다.
베트남의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한국에서 모처럼 찾아온 서클 후배 두 사람과 3일간의 분주한 Spring Camp를 보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짧은 만남이지만 여운이 긴 서클 후배들과의 만남을 기록에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