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파라다이스
물에 뱉어낸 순간 흰색 덩어리는 그저 작고 의문스러운 것으로 시작했다.
그것은 미세한 세포 분열의 과정을 거치며 점점 더 큰 형태로 변해갔다.
지킬 박사는 놀람과 호기심으로 그것을 관찰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희미한 노란 빛이었으나, 점차적으로 뚜렷한 흰색 연기와 빛을 발하며 커져갔다.
물 위에서 부풀어오르는 그것은 마침내 하얗고 우아한 백조의 형태로 변했다.
지킬 박사는 입이 다물리지 않을 정도로 그 아름다움에 사로잡혔다.
하얀 깃털이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몸체, 우아한 곡선의 목, 그리고 그 속에서 반짝이는 빛깔의 눈동자.
백조의 울음소리가 다리 아래에 울려 퍼졌고, 지킬 박사는 그 아름다움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 아름다운 형체로 변한 그것은 물 위에서 가만히 머무르며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을 만들었다.
그 놀라운 순간이 지나고 백조로 보였던 그것은 점차 사람의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먼저 깃털이 하나씩 떨어지며 손가락으로 변했다.
부드럽던 깃털이 피부로 변화하면서 아름다운 피부가 드러났다.
이어서 날개는 팔로 변하여 근육과 혈관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다리는 길고 가늘어지며 물결치는 동작을 할 수 있는 다리로 변해갔다.
변화는 얼굴로 이어졌다.
부리가 소멸하고 대신 고상한 얼굴이 탄생했다.
머리카락은 길고 검은색으로 자라났고, 눈동자는 깊은 감정을 담아 빛났다.
그의 입술은 부드럽게 감싸주며 말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듯했다.
그는 지킬 박사의 얼굴을 본뜨고 있었지만, 그것은 지킬 박사의 얼굴과 닮았을 뿐이었다.
그는 지킬 박사의 눈색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지킬 박사의 눈빛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는 지킬 박사의 또 다른 모습이었지만, 그것은 지킬 박사 자신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지킬 박사와 닮았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으며 지킬 박사에게 말을 건넸다.
작가의 말
내면의 또 다른 나와 마주할 때, 그 모습이 예상 밖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만든 것조차 우리를 놀라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