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된 자아

지킬 박사와 파라다이스

by MIHI

그가 입을 떼기 전에 경찰관이 나타났다.


한 행인이 날카롭고 비명스러운 짐승의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신고한 것이었다.


경찰관은 벌거벗고 있는 그에게 한 소리를 하려 했지만, 옆에 있는 지킬 박사를 먼저 알아보았다.


경찰관은 과학자이자 의사인 지킬 박사에게 예를 표하고 요즘 살인마가 돌아다니고 있어 밤늦게 다니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벌거벗은 그를 쳐다보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당신은 왜 벗고 있습니까?"


그는 빙그레 웃으며 경찰관을 바라보았다.


경찰관은 문득 이상한 것을 느꼈다.


지킬 박사와 그가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킬 박사의 형제인가, 아니면 복제체일까.


경찰관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지킬 박사가 자신을 복제했다고 소리치며 도망갔다.


“지킬 박사가 금기의 실험을 저질렀다!!”


경찰관이 떠난 뒤, 지킬 박사는 그와 함께 마주보며 웃음지었다.


그는 지킬 박사에게 말했다.


"내 이름은 파라다이스입니다.


당신 안에 있던 선한 자아가 분리된 존재이지요.


당신이 하이드와 악을 분리시키기 위한 약물을 만든 것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 당시에는 지킬 박사 당신 안에 있었으니까요.


사실 그 약은 우리 셋이 함께 만든 것이라 보아도 되지요."


그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하지만 그것은 악을 분리시키는 약이 아니라 당신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분리시키는 약이었어요.


그 덕에 저는 당신의 육체를 얻어 이렇게 선의 화신이자


독립적인 존재로 태어날 수 있었답니다."


그는 다시 호탕하게 웃었다.


지킬 박사는 갑자기 실험실에 있던 하이드가 생각났다.


"그럼 하이드는 왜 죽은 거죠?"


파라다이스 경은 대답했다.


"악이란 자체가 개별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이드의 행동과 그의 존재는 모두 당신의 그림자였습니다, 지킬.


당신이라는 근원이 있기 때문에 하이드라는 존재는 살아있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결국 당신과 하이드가 분리되기 위한 약을 먹으면서,



하이드는 당신이라는 근원을 잃고 말았어요.


그림자는 근원이 사라진다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지요.


하이드는 그 사실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알았더라도, 간과했을 수도 있지요.


당신 없이 본인 스스로도 우뚝 솟아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파라다이스는 말하는 내내 밝은 표정이었다.


“그나저나, 악의 자아인 하이드와 선의 자아인 제가 빠져나온 탓에 당분간 마음이 가벼우시겠어요, 지킬.“


그의 말처럼 지킬 박사는 파라다이스를 토해낸 이후, 꽤나 개운한 상태였다.


”하지만 앞으로 꽤 여러 번 하이드를 토해낼 일이 있을 겁니다.“


파라다이스는 덧붙였다.


지킬 박사는 말했다.


"하이드를 토해낸다면 내가 뭔가 악행을 저지를 때겠군요."


파라다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 들어 OK 사인을 만들었다.


지킬은 문득 실오라기 하나 걸치고 있지 않은 파라다이스와 자신이 함께 이 강가를 떠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경찰관의 말처럼 둘은 복제인간처럼 닮아있었고, 사람들은 이를 수상하게 여길 것이기 때문이었다.


"파라다이스 경, 제 모자를 드리겠습니다.


거리를 함께 활보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파라다이스 경은 쾌활하게 그러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때 저 멀리서 경찰관 12명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분리된 선과 악의 자아는 독립적인 존재로 나타났지만,

그들의 운명은 여전히 지킬 박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