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미히버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HI Aug 29. 2024

살기 연습

DEMOLITION - 단편집 미히버스(MIHIVERSE) 수록작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나는 몸을 일으키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혼란스러웠지만,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낯선 얼굴들이 서 있었다. 그들 역시 눈빛 속에 같은 질문을 품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이곳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머리 위로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고, 눈앞에는 복잡하게 얽힌 미로 같은 구조물이 펼쳐져 있었다. 철책 너머로 보이는 높은 벽들, 그리고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함정들.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차가운 기계음이 모든 사람들을 얼어붙게 했다. “줄을 서라.” 명령이 떨어지자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움직였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들이 보였다. 각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리는 한 줄로 모여 앞으로 나아갔다. 


갑자기 폭발음이 울리고, 연막이 터져 시야가 가려졌다. 숨이 막힐 듯한 공포가 덮쳐왔다. 나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뛰었다. 발밑이 흔들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함정들이 주변에 널려 있었다. 모든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졌지만, 나는 머릿속에서 한 가지 목표만을 되뇌었다. 반드시 버텨내야 한다는 것.


사람들은 점점 미로와 같은 함정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장애물과,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대부분은 길을 잃거나 쓰러졌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철저한 냉정함과 기민한 판단이 필요했다. 나는 눈앞에 놓인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끝이 보였다. 한 줄기 빛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마지막 장애물을 넘어서자, 문이 열렸다. 나는 숨을 고르며 밖으로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평범한 건물들, 부드럽게 스치는 바람.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겪은 시간이 마치 한순간의 악몽 같았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잔인할 만큼 일상적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걸 얼마나 더 해야한단 말인가”


3일 후, 그렇게 예비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작가의 말


"살기 위해 살기를 연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삶은 단순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존재 자체가 고통스럽고,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 삶을 연습해야만 한다. 

이 연습은 생존을 넘어, 의미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속에서, 누군가는 숨을 고르고 자신을 다잡는다. 

작은 의식, 사소한 습관들이 쌓여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이들은 살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기 위해 삶을 연습한다.


그들의 노력은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그 속에는 삶의 본질을 향한 깊은 질문이 담겨 있다. 

우리는 모두 이 연습 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삶의 의미를 마주하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상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