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HI Aug 10. 2024

앨리스를 닮은 소녀

연극 나라의 앨리스

앨리스와 소녀는 토끼굴을 함께 떨어지고 있었다. 토끼굴은 깊어서 그들은 영원을 함께 보내는것같았다. “내가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앨리스가 물었다. 소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 모습은 어때?”


앨리스를 닮은 소녀는 공중에 떠 있는 한 옷장을 열고 드레스를 꺼냈다. 앨리스는 옷장 안에서 고양이 퍼수트를 본 것 같았다. 소녀는 드레스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오른쪽 다리부터 넣었다. 그녀의 오른쪽 다리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왼쪽 다리도 넣자 왼쪽 다리 역시 길어졌다. 드레스가 허리까지 올라오자 소녀는 양팔을 긴 소매 속으로 넣었다. 오른팔이 쭉 늘어났고, 왼팔도 마찬가지였다. 드레스가 몸에 딱 맞게 자리 잡자, 소녀는 뒷부분의 단추를 채우기 시작했다.


단추를 채울 때마다 소녀의 체형이 앨리스의 체형에서 다른 사람의 체형으로 변해갔다. 마지막으로 소녀는 옷장에서 헤드드레스를 집어 얼굴에 착용했다. 어느새 그녀는 플레선스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혹은 이 모습을 할 수도 있지.” 소녀는 말했다.


플레선스의 몸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다리부터 점점 희미해지더니, 팔과 몸통이 연기처럼 흐려졌다. 앨리스는 놀란 눈으로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플레선스의 몸이 완전히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그녀의 미소였다. 웃음은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플레선스의 웃음은 공중에 머물렀다. 앨리스는 그 웃음이 마치 어떤 비밀을 알고 있다는 듯, 세상에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앨리스는 멍하니 그 웃음을 바라보았다. 낯익은 미소가 앨리스의 얼굴에도 번지고 있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뭉클거렸다.


어디서 봤더라. 그 미소는 어디서 본 적이 있었다. 앨리스는 순간적으로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너… 너는 체셔 고양이야!” 체셔 고양이는 그저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눈치챘어,” 앨리스는 작게 속삭였다. “너의 웃음이 참 낯익었는데, 알고 보니 이상한 나라와 거울 나라에서 보았던 체셔 고양이의 웃음이었구나.” 


“맞아, 앨리스. 난 항상 네 곁에 있었지,” 체셔 고양이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너의 웃음은 참 한결같구나,” 앨리스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여전히 신비롭고, 여전히 익숙해.” 체셔 고양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 모습이 무엇이든, 내 본질은 변하지 않으니까." 체셔 고양이는 눈을 드러냈다.


앨리스는 체셔 고양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 속에는 무수한 비밀이 담겨 있는 듯했다. 그러나 앨리스는 더 이상 그 비밀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비밀 속에서 오히려 친근함을 느꼈다. “이번에는 사람으로 나와서 못 알아봤어,” 앨리스가 말했다. “사람의 모습도 괜찮지 않니?” 체셔 고양이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 순간, 앨리스는 그와의 모든 만남이 떠올랐다. 이상한 나라에서, 거울 나라에서,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그녀는 이해했다. 그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든, 그 본질은 언제나 같다는 것을. 웃음과 눈에서 다시 그녀의 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앨리스의 모습이었다.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느 곳에든 녹아들 수 있어,” 그녀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내가 어떤 모습이든 너와 함께 할 거야.” 


“모두가 마찬가지야, 앨리스,”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 소녀는 방긋 웃으며 앨리스의 드레스를 잡았다. 다른 손을 뻗어서는 조심스럽게 앨리스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마스크팩의 가장자리를 잡았다. 그리곤 마스크팩을 천천히 떼어내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이번 이야기는 앨리스와 체셔 고양이의 만남을 통해 변화와 본질에 대해 탐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앨리스는 변신하는 소녀와의 대화를 통해, 외형이 바뀌더라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체셔 고양이의 미소와 눈 속에 담긴 비밀은 앨리스에게 신비로우면서도 친근한 느낌을 주며, 이 과정을 통해 앨리스는 자신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독자 여러분이 변화하는 삶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고,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을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