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뒤주 17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HI Sep 04. 2024

에필로그

뒤주

도로시는 트렁크에서 빠져나온 후,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이 있는 곳을 확인했다. 그녀가 서 있는 곳은 고풍스러운 커다란 방이었다. 천장은 높고, 벽은 화려한 장식과 오래된 그림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방 안에는 묵직한 공기가 감돌았고, 귀족들이 사용하는 응접실같았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그녀에게 무언가 불길하고 음산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도로시는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이 겪은 모든 일들이 현실이었는지, 아니면 여전히 꿈속에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했다. 입안에는 아직도 사탕의 달콤함이 남아 있었고, 손끝에는 갈색의 초콜릿이 묻어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여러 개의 트렁크들이 놓여 있었다. 몇몇은 눕혀져 있었고, 몇몇은 바로 서 있었다. 그녀가 빠져나온 트렁크도 그들 사이에 있었다. 도로시는 불안한 마음으로 그 트렁크들을 살폈다. "다른 사람들은 탈출했을까?"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어떠한 소리도, 사람의 반응도 들리지 않았다. 트렁크들은 그저 무거운 침묵 속에 놓여 있을 뿐이었다.


도로시는 그 광경을 보며 오싹한 느낌에 휩싸였다. "여기서… 나 혼자만 살아남은 걸까?" 그녀는 마음속 깊이 서늘한 공포를 느꼈다. 다른 트렁크들은 마치 묵직한 관처럼 방 안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그 안에 무엇이, 혹은 누가 있었을지 상상하기도 두려웠다.


도로시는 떨리는 손으로 옆에 있는 트렁크 모두를 건드려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단단히 잠겨 있었고, 안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한참동안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이제… 여길 떠나야 해."


도로시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도로시는 고풍스러운 방에서 홀로 일어섰다. 그리고 그녀는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도로시는 트렁크 속에서 절망과 고통에 시달리며, 마지막으로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마침내 그녀가 빠져나온 고풍스러운 방, 그리고 그 안에 조용히 놓여 있던 무수한 트렁크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 공간이 그녀에게 진정한 자유를 선사한 것일까요, 아니면 더 깊은 어둠 속에서 피어난 마지막 환상일 뿐이었을까요? 아니면 또 다른 세계를 향한 문 이었을까요?


도로시가 맞이한 이 마지막 순간이 진정한 탈출이었는지, 아니면 고통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의 의식이 만들어낸 최후의 환상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트렁크에서 빠져나와 마주한 세계가 무엇이든, 그 순간이 그녀에게 해방일 것입니다.


이 결말에 대한 해석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도로시가 8일간 경험한 고통과 환상, 그리고 탈출은 우리 모두가 삶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깊은 두려움과 희망을 상징합니다. 도로시가 맞닥뜨린 마지막 순간은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현실과 환상, 고통과 해방,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진실을 믿고 살아가야 할까요?


우리는 삶의 여정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구원하려는 갈망과, 그 속에서 진정한 자유와 해방이 무엇인지 되묻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자신의 트렁크 속에서 각자의 해방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전 16화 환각 속 탈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