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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뒤주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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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Sep 04. 2024

환각 속 탈출

뒤주

도로시는 점점 더 깊어지는 혼돈과 절망 속에서, 마지막으로 무언가에 집중하려 애썼다.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은색 자물쇠였다. 그 자물쇠가 그녀를 이 어둠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생겼다. 그녀는 힘겹게 손을 더듬어, 트렁크 한쪽에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를 그 자물쇠를 찾기 시작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금속의 촉감이 그녀를 놀라게 했다. "여기 있구나…" 도로시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손을 조심스럽게 움직여 자물쇠를 단단히 잡았다. 그러고는 은박지를 벗겨내듯, 천천히 그것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자물쇠는 은박지처럼 얇은 층으로 되어 있었다. 손끝의 감각에 의지해, 그녀는 그 은박지를 하나씩 벗겨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은 곧 부드럽고 따뜻한 것으로 변해갔다. 도로시는 이 순간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지, 아니면 또다시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저 그 감각에 매달리며 계속해서 은박지를 벗겨냈다.


마침내 모든 은박지를 벗기고 나자, 그녀는 손톱으로 자물쇠의 내부를 조심스럽게 집었다. 한 뭉텅이가 손끝에서 떨어져 나왔다. 도로시는 그 작은 덩어리를 조심스럽게 입으로 가져갔다. 입안에 들어온 것은 예상치 못한 달콤함이었다. "사탕이야…" 그녀는 놀라움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며, 그 사탕을 천천히 빨았다.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잠시나마 그녀를 위로해주었다.


그녀는 더 많은 사탕을 원했다. 트렁크 속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힘을 모아, 자물쇠의 나머지 부분을 모두 벗겨냈다. 손끝으로 자물쇠를 집어, 남은 부분을 하나하나 떼어내고,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사탕이 된 자물쇠는 점점 더 작아졌고, 그녀는 그것을 모두 먹어치웠다. 사탕의 달콤함이 그녀의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채워주었지만, 그 순간이 지나자 다시 고통과 어둠이 밀려들었다.


그러나 도로시는 이 사탕이 그녀에게 마지막 힘을 주었다고 믿었다. "이제 나갈 수 있어… 이제 문을 열 수 있어…" 그녀는 자신을 다독이며, 트렁크의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문은 그녀의 손길에 응답하듯,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어둠이 걷히고,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얼굴을 스치자, 도로시는 마침내 트렁크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그 순간이 현실이라는 것을 확인하려 애썼다. "나왔어… 내가 나왔어…" 그녀는 속으로 반복하며, 여전히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슬렀다.


밖으로 나온 도로시는 비틀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딘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지만, 적어도 더 이상 트렁크 속의 감옥에 갇혀 있지 않았다. 그녀는 겨우 발걸음을 옮기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그저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는 이미 많은 것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작가의 말


도로시가 얻은 것은 자유일까요, 환각 속의 희망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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