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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뒤주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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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Sep 04. 2024

초콜릿과 커피

뒤주

도로시는 깊은 무의식 상태에서 갑자기 깨어났다. 그녀의 눈이 천천히 떠지면서, 현실이 다시 그녀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현실은 여전히 어둠과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배고픔과 목마름, 그리고 극도의 불안감이 그녀를 엄습했다. 이 지독한 고통은 그녀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유일한 신호였다.


도로시는 자신이 갇혀 있는 워드로브 트렁크의 나무 색깔을 떠올렸다. 그 거칠고 단단한 나무 표면이, 지금은 무언가 더 다르게 느껴졌다. 그녀는 초콜릿을 상상했다. 부드럽고 달콤한, 입안 가득 퍼지는 그 맛을 떠올리며 손을 트렁크 내피로 가져갔다.


손끝이 내피에 닿자, "뚝"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피가 끊어지는 소리였다. 도로시는 그 조각을 조심스럽게 입으로 가져갔다. 순간, 입안에 퍼지는 달콤하고 진한 초콜릿 맛이 그녀를 감쌌다. "이건… 초콜릿이야…"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한참 동안 그 조각을 핥았다. 초콜릿 맛이 혀끝에서 녹아내릴 때마다, 그녀는 마치 짧은 순간이나마 고통에서 벗어난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것은 진짜 초콜릿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무시했다. 그저 그 맛을, 그 환상을 붙잡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초콜릿 맛이 나지 않았다. 도로시는 실망과 함께 다시 깊은 허기와 갈증에 빠졌다. 그 순간, 그녀는 몸을 옆으로 돌려 누웠다. 머릿속에는 이제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커피… 따뜻한 커피…" 그녀는 커피의 따뜻함과 향긋함을 갈망했다.


도로시는 트렁크의 옆면을 더듬어 손끝으로 만져보았다. 차갑고 거친 나무의 촉감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그 촉감을 무시한 채 입을 가져다 댔다. 혀끝이 옆면을 핥자, 상상 속에서 그 따뜻한 커피 맛이 천천히 그녀의 입안으로 퍼졌다. 마치 커피 한 모금을 마신 것처럼, 그녀의 몸은 짧은 순간 동안 그 따뜻함과 상큼함에 빠져들었다.


상큼한 커피향이 코를 타고 스며들어왔다. 도로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더 많은 커피를 갈망했다. 혀끝에 닿는 그 미묘한 맛과 향이, 마치 그녀를 다시 살아나게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계속해서 옆면을 핥았다. 그 커피 맛이 그녀의 갈증과 허기를 달래줄 것이라고 믿었다.


카페인이 그녀의 몸을 채우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환상일지라도, 도로시는 그 순간에 온전히 몰입했다. "이 커피가… 날 다시 일으켜 세울 거야…" 그녀는 속으로 되뇌며, 그 따뜻함에 의지했다. 그것이 실제로 그녀를 살아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로시는 그 작은 기쁨에 몸을 맡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커피의 맛도 점점 사라져 갔다. 도로시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고, 그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그녀는 그 잠깐의 환상에서 잠시나마 위안을 얻었다. "이곳에서 나갈 수 있다면… 그때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그녀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다짐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의지를 붙잡으려 애썼다. 



작가의 말


비록 그 희망이 허상일지라도, 그 짧은 순간의 위안은 우리에게 살아갈 이유를 부여합니다.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그 희망에 의지해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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