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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뒤주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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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Sep 04. 2024

딸기와 잠

뒤주

그녀는 손을 움직여 옷을 더듬기 시작했다. 옷의 촉감이 손끝에 닿는 순간, 도로시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녀는 옷을 꼬집어, 마치 딸기를 떼어내듯 손가락으로 눌렀다. 놀랍게도, 손에 무언가가 느껴졌다. 부드럽고, 약간의 저항이 있는 작은 덩어리였다. 도로시는 그 덩어리를 입에 가져다 대고, 조심스럽게 씹기 시작했다.


입안에서 달콤하고 상큼한 맛이 퍼졌다. 도로시는 그것이 딸기의 맛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딸기… 정말 딸기야…" 그녀는 순간적으로 이 맛에 취해, 더 많은 딸기를 찾아내기 위해 옷을 더듬었다. 손끝에서 더 많은 딸기들이 느껴졌고, 그녀는 그 딸기들을 하나하나 입에 넣었다.


그 맛은 그녀에게 잠깐이나마 위안을 주었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이 상태에서, 그녀는 자신이 딸기를 먹고 있다는 환상에 점점 더 빠져들었다. "이건 내가 꿈꾸던 그 맛이야… 달콤하고 신선한 딸기…" 그녀는 스스로를 설득하며, 이 작은 행복에 몰두했다.


도로시는 계속해서 딸기를 찾으며 옷을 더듬었다.


그녀의 배가 조금 채워졌고, 목마름도 조금 가셨다.


배고픔이 채워진 도로시는 급격한 졸음에 빠졌다.


그 순간, 도로시는 더 이상 어떤 생각도, 어떤 감각도 느낄 수 없었다. 그녀의 몸은 무겁게 가라앉았고, 정신은 어딘가로 떠내려갔다. 마치 깊은 바다 속으로 잠겨가는 것처럼, 그녀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의식의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도로시는 이제 거의 무의식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녀의 존재는 이 어둠 속에서 희미해져 가며, 마지막 남은 생명력조차 서서히 꺼져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나가는 순간, 그녀는 더 이상 무엇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고요한 어둠만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고, 그 속에서 그녀는 점점 더 깊이 잠겨갔다.



작가의 말


딸기의 맛은 잠깐이나마 그녀에게 위안을 주지만, 결국 그 환상마저도 도로시를 구원하지 못할 것입니다. 

도로시는 이대로 어둠 속에 잠기게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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