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버지
리진강은 서랍 깊숙이 넣어 두었던 오마니의 편지를 꺼냈다. 며칠 전 받았지만 차마 읽지 못하고 그대로 덮어두었던 것이다. 그는 천천히 봉투를 찢고, 안에 들어 있던 한 장의 종이를 꺼내 펼쳤다. 편지 속 글씨는 다소 삐뚤빼뚤했지만, 익숙한 오마니의 필체였다.
"진강아, 오마니다. 잘 지내고 있지? 네가 아무리 바빠도 오마니는 늘 너를 생각하고 있다. 요새 몸이 좀 안 좋지만, 그저 네 소식만 듣고도 기운이 나곤 한다.
이제 윤화가 시집갈 나이가 되었다. 그 애가 이번에 리철진이라는 남자를 만났는데, 그쪽 집안도 괜찮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돼 있다고 들었다. 윤화도 이 남자가 자신을 잘 대해줄 거라 믿고 있단다. 오마니는 너희 남매가 서로 도우며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리철진과의 결혼을 허락해줬으면 한다.
오마니는 네가 늘 가정을 지키고 동생들을 챙겨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요새는 세상이 너무 험해졌다. 네가 오라버니로서 도윤화의 미래를 생각해줄 거라 믿는다.
오마니가."
리진강은 편지를 다 읽고 나서 손에 쥔 종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마니의 부탁은 무겁게 그의 가슴에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그에게 한없이 불편했다. 리철진과의 결혼… 그는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도윤화가 만나는 사람이라는 소문을 언뜻 들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오마니의 편지를 읽는 순간, 그의 마음 속에 거친 감정이 피어올랐다. 도윤화가 리철진과 결혼하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돈 때문이야.
리철진은 국영 상점을 운영하는 집안 출신이었고, 재산을 불려 자신의 지위를 굳건히 하고 있었다. 리진강은 그가 도윤화를 진정으로 사랑해서 결혼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보고 결혼하려는 것일 뿐이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왠지 모르게 그의 자존심이 상했다.
"윤화가 돈 때문에 결혼을 하려 하다니..." 그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내 동생이 그런 선택을 하다니. 리진강의 가슴 속에 씁쓸한 감정이 번져갔다. 가정의 형편이 어려워졌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도윤화가 그 정도로 절박해졌다는 사실은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을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돈 때문에 결혼을 하는 것, 그것이 정말 윤화에게 좋은 선택일까? 그는 생각했다. 오마니의 기대와 달리, 리철진이 과연 좋은 남편이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리진강은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결혼을 허락해야 하는 건가?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오마니의 간절한 바람과 도윤화의 현실적인 선택이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가 도윤화를 지켜줘야 한다는 사실. 그렇기에 그는 더욱 이 결혼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작가의 말
가족이라는 이름은 가장 큰 책임을 동반합니다.
리진강이 느끼는 부담과 혼란은 단순한 형제애가 아니라,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