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SMIC EXHIBITION - 단편집 미히버스 수록작
대전의 한 호숫가에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어느 아침,
고요한 물결에 그려진 나무 그림자들이 흩어지고,
어스름한 빛이 물 위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그때,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하늘에서 둥글고 은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물체가 내려왔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며 주변의 나뭇잎들이 흔들렸고,
우주선은 마치 연기처럼 조용히 호수 한가운데 자리잡았다.
주민들이 놀라서 한두 명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그 신비로운 물체를 가리켰고,
어른들은 경계하면서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발걸음을 멈추었다.
우주선의 문이 천천히 열리며,
긴 다리가 뻗어나와 호숫가와 우주선을 이었다.
우주선 안에서 짙은 푸른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 빛 속에서 한 외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몸은 반짝이는 비늘로 감싸져있었으며,
눈은 깊고 검게 빛났다.
그 외계인은 사람들에게 다가와 나직이 말했다.
“저희는 우주 수집가들입니다. 이곳은 저희의 유랑 박물관이죠.”
사람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는 전 우주를 순회하며 전시를 개최합니다. 지구에 온 것은 꼭 20세기만이군요,”
그가 말했다.
“이 곳에는 전 우주에서 모은 보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관람은 우주의 주민이신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그는 우주선의 문 옆에 서서 손짓했다.
그러자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한두 명씩 우주선에 들어갔다.
그 안은 생각보다 넓고, 마치 무한히 이어지는 듯한 복도들이 펼쳐져 있었다.
벽에는 투명한 유리 케이스가 늘어서 있었고,
그 안에는 낯선 생명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투명한 날개를 가진 생물,
형형색색의 빛을 발하는 구체,
물처럼 흘러내리는 형체 등 다양한 외계 생명체들이 마치 예술 작품처럼 전시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더 깊이 우주선 속으로 들어가고, 더 많은 전시물들을 보며 우주의 대단한 비밀을 발견해나갔다.
사람들은 저마다 경이로움에 빠져 한동안 그 전시물들을 감상했다.
‘찰칵’
누군가가 이 광경을 사진으로 찍었다.
“박물관에서 사진을 찍으면 안되지.“
다른 이가 그를 타박했다.
외계인은 뒤에서 웃으며 말했다.
”기념이니까요, 마음껏 찍을 수 있게 해드리지요.
하지만 앞으로 보게 될 그 것만은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그 것은 이 우주선의 수집품들 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상태입니다.
바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생명체,
우주 용입니다.”
사람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저희는 그걸 아주 어렵게 구했지요.
저기 보시면 세 면이 유리로 둘러싸인 난간이 보이시나요?
저 너머의 전시관에 바로 그 용을 전시해두었습니다.
곧 용이 일어나 몸을 일으키며 포효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인간의 일생으로서는 정말 보기 힘든 광경이지요.“
사람들이 그의 말을 듣고 난간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유리 너머는 텅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한 남자가 말했다.
“보호색을 띄고 있습니다.
그 것이 일어날 때는 보호색을 풀고 본인의 색이 드러나지요.”
외계인은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은 다시 유리 너머의 전시관을 바라보았다.
‘두두두두두두’
진동이 느껴졌다.
“이제 시작인가봐!”
한 사람이 흥분에 겨워 소리쳤다.
외계인이 말했다.
“아니요, 저희는 이륙 중입니다.”
그 때, 갑자기 뚫려있던 한 면의 위에서 유리판이 아래로 닫혀 그들은 한 명씩 유리 케이스 안에 가두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래하며 불안한 시선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외계인은 사람들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자, 이제 여러분들도 저희의 작품이 되었군요.“
우주선은 다시 한번 낮게 진동을 내며 떠오르기 시작했다.
호수 주변에는 단지 그들의 흔적을 기억할 물결과,
고요한 아침 공기만이 남아 있었고,
우주선은 차갑게 빛나는 별들 사이로 사라져갔다.
작가의 말
호기심은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지만, 그 끝은 언제나 우리가 기대한 것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진정한 경이로움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