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 사람들이 믿기 어려워하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나의 MBTI가 ISTJ라는 것이다.특히 내성적이라는 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내향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해온 노력들이 결실은 맺은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요에 의해 스위치 전환이 가능하다. 혼자 있을 때는 굉장히 사색적이지만 가까운 사람들과 있을 때는 누구보다 활달하다.
어렸을 때는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어른이 되면 그냥 막연하게 책방 주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학교라는 곳은 나와 맞지 않았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편도 아니었고 몸도 허약한 편이었기 때문에 수업이 끝나면 작은 골방에서 책을 읽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어느 정도 학교생활을 따라가기는 했으나,중.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은 전혀 적합하지 않았고 성적도 계속 떨어졌다. 나는 점점 더 의기소침하게 변하였고 내 세계는 완전히 망가졌다. 그러다 신해철의 음악을 듣게 되면서 나를 둘러싼 세계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이 세계 속에 먹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을 해야 되는지 몰랐었지만 더 이상 위축되서는 안 되었다. 일단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을 했고. 누가 시비를 걸면 싸움을 피하지 않으려고 했다.
대학을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지만 수학을 10점 받아서 4년제에 가기에는 위태한 점수가 나왔지만 다행히 특차로 법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자를 읽지 못하니 수업시간에는 멍하니 앉아있다가 가기 일쑤였기 때문에 도망가다시피 의경에 지원하여 군대를 가버렸다. 그곳에서 뉴스에 나오는 일들을 직접 겪기도 했고 그 밖에도 안 좋은 기억들이 많긴 하지만 시위 진압도 하고 경찰업무를 보조하다 보니 성격이 외향적으로 변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긴 했다.
제대한 후 뒤쳐진 공부를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수험에 연달아실패하고 슬럼프가 장기화되면서 모든 것을 그냥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취업수당을 받고 워크넷 같은 곳을 들락거리기도 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듣게 된 이진우 교수의 니체 특강에서 '아모르파티' 즉, 네게 주어진 삶을 사랑하라는 말은 가슴 한가운데를 절절히 울렸다. 딱히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골방에서 책을 읽으며 즐거워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알바를 하며 틈틈이 공부를 하면서도 일주일에 하루만큼은 스스로를 존중하기 위해 인문학 서적을 읽기 시작했고 이전보다 더 넓은 관점에서 내 삶에 의미부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이라고 결심하고 친 시험에서 또다시 불합격을 통보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평창올림픽을 위한 인원을 뽑기 위한 추가시험 공고가 떴고, 나는 심기일전하여 면접까지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었다.
오랜 수험 생활 속에서도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 읽었던 책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합격하고 나서 가장 먼저 했던 것은 그간 눈여겨봤었던 독서클럽에 가입한 것이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관심이 많았었던 인문학을 섭렵했고 그에 대한 글도 쓰게 되면서. 직장에서 인권에 대한 강의도 맡게 되었다.
지금은 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나는 책을 매개체로 하여 어느 곳에서든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한다. 그래서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꿈꿔왔던 삶에 가까워진 것이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다. 글을 계속 쓰다가 보니 내 이름은 된 책을 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게 되어 브런치에 가입하였고 글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런 경험이 계기가 되어 누군가에게 일어난 것처럼 나에게도 기념할만한 일이 생겼으면 하는 소망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