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읽고, 맥락을 대충 파악하긴 했으나, 생각의 범위가 너무 확장돼서 주제가 잡히지 않았다. 왜냐하면 거시 권력은 대상이 명확하나. 미시권력은 적용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의 결론은 가치중립적이지만 그까지 이끌어가는 입장이 자칫 권력의 부정적인 속성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수용 주체에 따라 굉장히 매력적인 주제이면서도 불편한 소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대한 리뷰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입장에서, 어설프게 썼다가는 역적이 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히 있다. 왜냐하면 현시점에서는 푸코의 이론을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고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교정업무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은 몰지각한 행태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카뮈의 ' 이방인'이 '감시와 처벌'의 본문내용을 잘 묘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뫼르소의 입장에서 그리고 권력의 입장에서 책을 다각도로 분석해보기로 했다.
감시와 처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옥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내가 6개월 동안 근무했던 외국인보호소의 이미지만 가지고는 대입하기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외국인들이 감옥에 갇혀있는 상황은 비슷하지만, 형사범으로 구금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법체류로 단속된 행정범이기 때문이다.외국인이라도 형사범은 교도소로 가고 벌금을 내지 않은 사람들은 출입국에서 관리한다. 보호소에 오는 외국인들은 본국으로 송환되기 전에 잠시 머물러 있는 것이 원칙인데, 본국에서 인도를 거절하거나 돌아갈 여비 문제 때문에, 장기간 구금되는 경우가 있다.
아무튼 우리가 관리하는 보호소는 판옵티콘 구조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고, 교도소처럼 체계적인 규율로 교정하는 곳도 아니라서 책의 내용에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독립운동가들을 구금했던 서대문형무소로 '체험 독서'하러 가봤다.
옛 서울역사에서도 느꼈지만 일본 사람들은 건물의 실용성뿐만 아니라 미관에도 신경을 엄청 많이 쓴 것을 볼 수 있었다. 교도소인지 몰랐다면 학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에는 이름이 경성감옥이었고 해방되고 나서도 1987년까지 교도소 역할을 맡아왔다고 한다.
외국인들 인수하러 교도소에 가본 적은 있지만, 이곳처럼 위압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도 붉은 색깔의 벽돌이 피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가운데 뾰족한 부분이 마치 고문기구를 연상케 하는 인상을 주어서 그렇게 느낀 것 같다. 독립운동가들이 이 건물 앞에서 얼마나 두려움을 느꼈을까 생각해본다.
빨간 벽돌건물이 마치 피를 연상하는 것 같다.
건물 지하에 내려가니 고문실과 독방이 보였다. 일제가 악행을 저질렀던 장소를 보존하여 마네킹으로 고문 현장을 재현하였다. 물고문부터 손톱 빼기 등 그들은 인간의 존엄을 짓밟았다. 가장 경악할 만한 것은 못을 박아놓고 사람을 집어넣도록 나무상자로 만든 고문기구였다. 드라마 '각시탈'에서 본 적이 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끔찍했다.
역사와 함께 사람들의 의식도 발전해왔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도구를 유물로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아직도 이러한 악행이 자행되고 있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서대문 박물관의 특징은 그 당시에 사용했던 고문기구나 감옥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감옥에 들어가 문을 닫고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겨 보았다.
'각시탈'에서 송곳이 박혀있는 상자로 고문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판옵티콘에서 판은 '모두'를 뜻하고 옵티콘은 `보다'라는 뜻으로, 즉 '모두 것을 한눈에 본다.'라는 말이다. 감옥은 부채꼴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어, 중앙감시실에서 한 명이 세 동을 감시할 수 있었다. 복도로 들어가서 천장을 보니 유리로 덮여있었다. 이러한 채광창은 수형자들의 위생을 위한 기능도 있었지만 하늘에서도 그들을 감시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때는 CCTV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야외에 나가보니 '격벽장'이라고 불리던 운동시설도 같은 구조였다.
누군가 당신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시하고 있다면?
이곳에서 일제는 사람들은 죄수로 규격화되지만, 범죄. 나이. 성별 등으로 분류하고, 분석한 후, 분해해서 원자화시켰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히 인격을 모독하고, 신체에 고통을 가함으로 몸을 지배하고. 자백과 고발을 통해 동료를 사주하도록 하여 정신까지도 짓밟아 영혼까지 길들이려 했다. 푸코가 살았던 시절도 이와 유사하지 않았을까 싶다.
푸코는 판옵티콘의 성격을 파악하고. 그러한 원리가 감옥부터 시작하여, 학교, 공장 등에 같은 것이 적용되고 있다며, 그것을 미시권력이라 이름 붙였다.
감옥체험을 마치고 나니, 모임 시작하기 전에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다. 오늘 체험을 토대로, 깊숙하게 느낀 것들을 모임에서 이야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