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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코스모스

'포스'가 함께하는 코스모스 15

14# 미래로 띄운 편지

by 비루투스

* 인간의 인간다움이 바로 대뇌피질 때문에 가능하다. 뇌의 언어는 DNA와는 다르다. 뉴런이라는 신경세포 속에 암호로 씌어있다." - 550p


코스모스를 읽다 보면 칼 세이건의 과학에 대한 신념은 종교에 대한 것을 넘어선다고 느꼈다. 이러한 것은 유발 하라리를 비롯한 리처드 도킨스 등 빅 히스토리 연구자들의 저서를 읽을 때마다 만나게 되는 감정이다.

칼 세이건은 챕터마다 문두에 고전의 문구를 인용하지만, 그 안에 담긴 본질적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는 데 붙여 넣기 식으로 억지로 짜 맞추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왜냐하면 인용 구절과 본문 내용에서 괴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이 있다면, '오컴의 면도날'처럼 피상적인 내용을 잘라내서 우주에 대한 지식을 구체적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준다는 데 있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영역인 우주를 대중들에게까지 개방하였다는 점에서 칭찬을 받을만하다.

필자의 경우 과학적 지식이 전무하였으나 이 책의 맥락을 살피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코스모스의 본질적인 내용을 알고 싶다면, 드 샤르댕의 '인간 현상'이라는 책을 적극 추천한다. 그 책 안에는 창조와 진화의 근본 원리를 설명하고 있고, 그 원동력이 되는 시발점을 '오메가 포인트'라고 부른다.


"박테리아나 인간이나 이 양극단의 중간에 있는 다양한 단계의 모든 생물들은 유전자 정보의 지시를 수없이 공유한다."


왜냐하면 생물들은 같은 질료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동물이라는 질료 위에 성찰이라는 형상의 과정이 입혀졌다는 점에서 다르다. 물론 형상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듯한 이들도 부지기수 기는 하다.

칼 세이건은 의식을 만들기 위해 자연이 한 일은 수많은 신경망을 연결한 것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이라는 유기체 속에서 영혼이란 존재는 확인되지 않으며 인간의 행동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호르몬, 유전자, 시냅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동물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동물의 종류라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의식을 진화의 과정으로만 단정 짓는 것은 인간을 원자의 속성으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진화는 원자와 원자의 합성의 과정을 거치며 생성된 것으로, 드 샤르댕에 따르면, 원자 자체도 생명에너지인 '양자'로서 정신적 단위인 '단자'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양자는 진화와 창조의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그는 '오메가'라고 불렀다.


"태양광도가 지구 궤도의 미소한 변화를 일으켜 거대한 기후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


빛은 엄청난 에너지원을 가졌으며, 그것 없이는 모든 생명은 살아갈 수 없다. 또한 빛은 지식의 근원을 상징하며, 불은 인간에게 문명의 시작을 알렸다. 이렇듯 빛은 지구의 환경과 인간 의식의 발달에 큰 영향을 주었다.

태초에 빛이 있었고 힘은 우주의 질서를 확립하였다. 빛과 힘은 행성을 만들어지게 하였다. 핵력은 물질을 결합시켰고, 척력은 행성 간의 충돌을 막았다. 그리고 중력은 생명이 정착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인력은 빛을 끌어당겼고, 빛은 물과 화학반응을 하며 생명의 태동은 시작되었다.


"인간의 인간다움이 바로 대뇌피질 때문에 가능하다. 뇌의 언어는 DNA와는 다르다. 뉴런이라는 신경세포 속에 암호로 씌어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같은 진화론자들은 후두가 완성됨에 따라 현대적 언어를 위한 해부학적 기반이 마련되었으며, 언어야말로 인간의 창의성을 구현하는 밑바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진화론자 중에도 다른 견해를 가진 학자들은 두뇌 크기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두뇌조직에 변화가 일어남으로써 현재적 언어가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언어가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견은 없는듯하다.

그런데 과연 뉴런이라는 신경세포 속에 암호를 불어넣은 이는 누구일까?

진화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돌연변이를 통해 진행되었다는 것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러한 돌연변이를 일어나게 만든 주체에 대해서는 많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따라서 진화론의 적자생존과 돌연변이 개념만으로 생명의 신비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독창적 사고와 비판적 분석이야말로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이다."


나는 책을 읽어갈 때 저자의 견해에 동의하면서도 생각 속에서 충돌되는 지점은 자료를 찾아 비교 분석하는 습관이 있다. 이제 내가 창조론과 진화론을 비교 분석하여 이해한 것을 이야기하자고 한다. 필자는 앞에서도 밝혔듯이 이과에 대한 지식이 높은 편이 아니다. 그것을 독자들이 그것을 감안하고 읽어주었으면 한다.

진화의 과정은 질료-형상-질료-형상의 단계로 환원된다. 행성들처럼 모든 유기체에도 작용하는 힘들은 같다. 원자가 열과 압력을 받았을 때, 분자가 된다. 그리고 그 분자가 다른 분자와 만났을 때, 합성되면서 에너지의 교환이 일어나게 되고 새로운 물질이 되어나가는 것이다. 기초가 되는 물질과 합성이 되는 물질은 기반이 같더라도 형상의 과정을 거친 것은 완전히 다른 물질이다. 이러한 과정을 토대로 진화의 계보는 파생되는 것이다.

진화의 단계는 일률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역동적이며 경우의 수가 다양하다. 또한 진화가 일어나게 된 시원성은 아직까지도 과학으로 풀 수 없는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신화와 종교에서는 그 주체를 '신'이란 개념으로서 명쾌하게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진화의 신비는 과학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한 그 무엇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진화와 창조의 과정은 이렇듯 물고 물리며 여러 가지 조합과 합성의 과정을 거치며 진행되어 왔다. 그런데 인간의 진화가 특별한 점은 상상력과 성찰이라는 정신적 속성이 덧입혀지면서, 문명화가 진행되었다는 점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다른 동물과 같은 과정을 거쳐 진화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그들과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한편 스탈린의 묵인 아래 인간과 침팬지의 교배 실험이 행해졌다가, 결국 실패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한 실패의 원인을 찾자면, 인간과 침팬지는 서로 다른 단백질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계체 간에 이종교배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네안데르탈인의 경우에는 현생인류와의 결합으로 수정이 가능했음이 유전자 분석을 통하여 밝혀지기도 했는데, 그것은 그들이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원숭이가 인류의 조상이란 명제는 틀렸다. 물론 인간이 원숭이와 같은 질료에서 파생되었기 때문에, 폭력적인 침팬지와 친화적인 보노보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인간은 스스로의 성찰을 통하여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무엇이라 정의 내릴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창조라는 것은 시원적인 성격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창조라는 과정은 기존에 있던 것들과 이질성을 가진 것들이 융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것은 인문학이 생성되는 원리이며 내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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