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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코스모스

'포스'가 함께하는 코스모스 17

16#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

by 비루투스

* 자연에는 신비와 경외의 대상이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659p


"인류는 규칙적 자연현상의 숨은 의미를 예리한 직관과 이성으로 해독하여 무리 생활에 효율적으로 이용할 줄도 알게 됐다."


인간도 동물을 질료로 하여 구성되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동물과 같은 본능적인 속성이 내재되어 있지만, 동시에 직관과 이성을 가졌기 때문에 문명과 과학을 발전시키기도 했다. 만약 인간이 동물과 같은 종류라면, 인간 외 다른 동물도 인간만큼의 직관과 이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유전자 조작이 행해지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것은 진화론이 가지는 가장 큰 맹점 중의 하나이다.

칼 세이건은 우리가 파충류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인간이 폭력적이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모든 생명에너지가 가지고 있는 양면적인 특성 중에 하나일 뿐이며, 인간과 유사종인 보노보는 폭력성보다는 친화력이 강하고 심지어 식물이라 할지라도 곤충을 잡아먹는 종이 있다. 그리고 인간은 다른 모든 종류의 동물이 가진 것보다 더 큰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동물은 같은 종끼리는 서로 죽일 만큼 싸우지 않지만 인간은 동물뿐만 아니라 동족끼리도 서로 죽일 만큼 잔인하기 때문이다. 사실, 네안데르탈인들을 몰살시킨 것은 사피엔스이다. 그들이 원숭이처럼 다른 종이었으면 살아남았을지 모른다. 오히려 그들은 같은 욕구와 이해관계를 가진 인간이었기 때문에 멸종당한 것이다. 즉 이성과 직관이 있더라도 집단의 광기는 공룡보다 더 잔인하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무리 생활을 통해 진화했으므로 우리는 상호 동반자적 관계에서 기쁨을 누린다. 상대방을 보살피고 사랑할 줄 아는 인간의 본성은 무리 생활을 통한 진화의 당연한 결과이다."


그는 본능을 넘어 본성적인 부분까지도 진화의 영역으로 보고 있고, 이는 굉장히 유물론적인 사고방식으로써 인간의 관념론적 속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그런데 인간에게 신체적인 속성만 유전되는 것이 아니다. '얼'이라는 정신적 속성도 함께 유전된다. 그것은 선험성이라고도 불리며, 유학에서는 4단 7정을 통해 본성적인 영역인 '이'와 본능적인 '기'로 구분하여 설명했다.

사단이란 이성 또는 '선'과 유사한 영역으로 보편성이 특징이다. 이는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으로 분류되며, 칠정은 감각 또는 '악'과 유사한 개념으로 경험적인 측면이 강하다. 이는 희, 노, 애, 락 등과 같은 감정들, 즉 본능에 가까운 영역을 말한다.

칼 융은 본성적인 부분을 '남성성', 본능적인 부분을 '여성성'으로 구분하며 각각 아니무스, 애니마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과학기술의 개발과 연구는 결코 게을리할 수 없는 우리의 절대 의무이다. 우리는 이제 사회, 정치, 경제, 종교라는 이름의 제도가 가르쳐온 전통적 지혜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과감한 도전을 해야 한다."


그의 주장은 과학만이 모든 문제들을 풀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과학이라는 것도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등과 같이 맞물리며 발전한 것이 아니었는가? 물론 그의 말처럼 그러한 것들이 장애물로서 과학의 발전을 막았던 역사가 있다. 그런데 과학과 기술이 자본주의를 만나 폭주하면서 환경이 인간에게 역습을 가하는 현상이 벌어졌고 오히려 과학을 제어하지 않으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따라서 과학으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학자로서의 낭만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과하다면 오만에 불과하다. 인류가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는 과학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등의 영역을 통해서도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종말의 시간은 앞당겨질 뿐이다. 그리고 그의 주장대로 초강대국가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미국적인 생각이다. EU 통합이 실패하고 있는 것도 여전히 자국중심주의는 사라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경이 없어져야 한다는 급진적인 사상이 유행한 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은 전염병의 확산을 가중시켰고, 난민 유입과 테러범죄를 가중시켜 시민 사이의 갈등을 조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침략을 버티게 만들어 준 것은 그들이 그렇게 비판해 왔던 국경을 중심으로 한 민족정신이었다. 오히려 우리는 여기서 통합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여기서 내가 의미하는 국경은 폐쇄와 차단하는 성격만 가진 곳이 아니라 그것을 토대로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가 서로 교류를 하고 합심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행하는 데 기준이 될 수 있는 지점을 말한다. 이러한 국경을 기준으로, 국가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한쪽이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아니라 서로가 감당해야 할 책임으로 받아질 수 있을 때, 세계는 한층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완전성을 가진 것들은 불완전성을 가진 것들과 맞물리며 공존한다. 그리고 어둠이 부정적인 속성만 가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빛을 더 환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모든 것은 각자의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코스모스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별은 예전에도 그러했겠지만, 앞으로도 끊임없이 우리의 머리를 비추어 줄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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