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존재

by 비루투스

황야의 이리는 세상을 떠나,

고독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인간의 삶은 조각을 맞추며,

자신의 길로 받아들이는 것,

누구나 쉬이 갈 수 있지만,
누구도 쉽게 닿을 수 없는

흔들리는 작은 등불 하나,

기다리듯 마주하고 서있네.



—고독의 깊이, 존재의 흔들림


「심연」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고독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작품이다. 시는 ‘황야의 이리’라는 상징적 존재를 통해, 세상과 단절된 자아의 모습을 그려낸다. 시적 화자는 세상을 떠나 고독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자발적인 고립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정립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 시에서 고독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라, 존재의 조건이자 선택된 길이다. 시적 화자는 외부의 소음에서 벗어나, 내면의 깊은 공간—즉 ‘심연’으로 향한다. 이 심연은 두려움의 공간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장소다.


중반부에서 시는 인간의 삶을 “조각을 맞추며, 자신의 길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삶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외부의 기준이 아닌, 내면의 조화와 수용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삶은 퍼즐처럼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 시는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누구나 쉬이 갈 수 있지만, 누구도 쉽게 닿을 수 없는”이라는 구절은 삶의 길이 겉으로는 평탄해 보여도, 진정한 의미에 도달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내면의 깊이를 암시하며, 삶의 본질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의미를 향한 탐색임을 드러낸다.


마지막 구절 “흔들리는 작은 등불 하나, 기다리듯 마주하고 서있네”는 시 전체의 정서를 응축한다. 이 등불은 희망이자 방향, 불확실한 미래를 향한 조용한 기다림이다. 시적 화자는 그 등불 앞에 서서, 세상과의 단절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는 자세를 보여준다.


「심연」은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자기 존재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 시는 인간이 외부의 혼란 속에서도 내면의 중심을 찾으려는 노력, 그리고 그 중심이 흔들릴지라도 작은 등불처럼 꺼지지 않는 희망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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