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이성비판

#존재

by 비루투스

상상이란, 마치 그랬던 것처럼

생각과 감정 속에 나를 놓는 것.


세상은 정해진 퍼즐 조각


규칙에는 또 다른 규칙이

관계에는 또 다른 관계가

조용히 새벽은 잠을 깨우고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을 뒤로한 채

현실은 또 다른 현실로 이어지는데.



— 현실은 또다른 현실로 이어진다


세상은 규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계에는 관계의 질서가 있고, 시간은 시간의 흐름을 따른다. 그러나 그 질서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순수이성비판」은 이 질문을 던진다. 이 시는 철학적 사유의 언어가 아니라, 감정과 상상의 언어로 존재의 자리를 묻는 시적 사유다.


시의 첫 구절은 선언처럼 시작된다. “상상이란, 마치 그랬던 것처럼 / 생각과 감정 속에 나를 놓는 것.” 이 문장은 상상이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기억처럼 느껴지는 감정의 구조임을 말한다. 상상은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존재의 재배치다. 화자는 자신을 감정과 사유 속에 놓는다. 이는 이성의 틀을 벗어난 존재의 방식이며, 자유로운 자아의 선언이다.


이어지는 구절은 세상의 구조를 퍼즐 조각으로 비유한다. “세상은 정해진 퍼즐 조각 / 규칙에는 또 다른 규칙이 / 관계에는 또 다른 관계가” 이 부분은 이성의 자기증식적 구조를 비판한다. 세상은 질서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질서는 자율적이지 않다. 규칙은 규칙을 낳고, 관계는 관계를 복제한다. 이 반복은 자발성과 감정의 소멸을 의미한다. 화자는 이 구조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존재다.


그러나 시는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용히 새벽은 잠을 깨우고 /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을 뒤로한 채 / 현실은 또 다른 현실로 이어지는데” 새벽은 전환의 상징이다. 잠을 깨우는 순간은 인식의 시작이며, 자아의 재구성이다.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은 상상 속의 정지된 감정이고, “현실은 또 다른 현실로 이어진다”는 경험의 연속성이다. 이 구절은 존재가 규칙을 넘어서 흐른다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결국, 「순수이성비판」은 이성의 구조를 감정으로 흔들고, 상상을 통해 자아를 재배치하려는 시적 실천이다. 이 시는 철학적이면서도 감각적이고, 질서 속에서 자유를 꿈꾸는 존재의 독백이다. 그리고 그 독백은, 규칙으로 환원되지 않는 살아 있는 자아의 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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