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walks

#Nighthawks, #에드워드 호퍼, #카페, #고독

by 비루투스


에드워드 호퍼라는 이름은 내게 낯설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그의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저 그런 화가가 있구나 하는 정도의 반응이었다. 특별한 기대 없이 덕수궁 앞에서 어머니와 식사를 마친 뒤, 소화를 시킬 겸 들른 미술관에서 도슨트 해설이 막 시작되려고 했다.

해설자는 말했다.
“호퍼의 그림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그림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 말에 나는 그림을 다시 보게 되었다.

정지된 장면 속 인물들과 그들 곁의 사물들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중에서도 〈Nighthawks〉는 유독 눈에 들어왔다. 칠흑 같은 밤거리 속, 가게 안은 노란 조명 아래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 속에서, 공간 안의 인물들은 말없이 앉아 있었고, 각자 어떤 사연을 안고 밤을 보내는 듯했다. 오직 바텐더만이 말없이 이 고독한 풍경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정경이 낯설지 않았다.


*

코로나 이전, 역삼동에는 ‘자유독서’라는 컨셉의 북카페 모임이 있었다. 토요일 오후 2시가 되면, 각기 다른 지역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아무 연고 없이 모여 읽었던 책을 소개하고, 서로의 생각과 감상을 나눴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함께 음식을 나누고, 자주 만나며 점차 친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임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다. 마스크를 쓴 채 이야기를 나누다, 모임 제한으로 인해 금세 흩어져야만 했다.

허전했다. 곧장 집으로 향하기엔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나는 무심코 근처 파스쿠찌 매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역삼동의 파스쿠찌는 뭔가 특별한 느낌이 있다. 교통의 요지에 자리한 데다, 규모도 크고, 인테리어는 고급스럽고 앤티크 한 분위기를 풍긴다. 회사 밀집 지역에 위치해 평일 점심시간엔 북적이지만, 주말 밤에는 유동 인구가 적어 고즈넉한 정적이 감돈다. 통창 앞자리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면, 어딘가 홍콩의 밤거리 같은 느낌도 든다.
평소 같았으면 혼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겠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매장은 듬성듬성 자리가 채워져 있었고, 나는 통창 가장자리에 앉아 커피 한 잔과 샌드위치를 시켜놓고 느긋하게 독서를 즐겼다.

책장이 더디게 넘어가던 즈음, 잔잔한 재즈가 흐르는 가운데, 나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문 밖에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비쳤고, 밝은 조명이 통창에 반사되어 내 얼굴이 유리창 안쪽에 겹쳐졌다.
마치, 지나가는 사람들과 내 얼굴이 하나의 장면처럼 포개지는 듯했다.

그순간, 모든 것이 고요히 마주했다.


---

어떤 토요일,
역삼동 파스쿠찌

창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간다

유리창
안쪽에
얼굴들이
겹쳐진다

말없이
바라보는
시선들에

모든 것이
마주하는
순간

고요함과
낯섦 사이,
문득 스며든
어떤 깨달음

그리고
커피 한 모금


---


말 없는 밤의 풍경 속에서, 유리창 너머의 세상과 나를 커피 한 모금이 조용히 이어주고 있었다.
고독이라는 이름 아래, 적어도 그때만큼은 혼자가 아니었다.
아무 말 없이도,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같은 밤을 건너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러너스 하이 (부제:중경삼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