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나였어 ( 부제: 퍼펙트 데이즈 )

#퍼펙트 데이즈, #포레스트 검프, #마라톤, #삶

by 비루투스


네가 지쳐 있을 때
네 땀을 식혀주던 바람,
그게 나였어.

네가 길을 잃었을 때
네 머리를 비춰주던 가로등,
그게 나였어.

네가 울고 있을 때
네 눈물을 적셔주던 비,
그게 나였어.

네가 웃고 있을 때
네 눈앞에 흩날리던 벚꽃,
그게 나였어.

네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널 기억하는 마음,
그게 나였어.

네 슬픔을 말하지 않아도
네가 느낄 수 있는 아픔,
그게 나였어.

네 하루가 무너질 때
너를 감싸주던 어둠,
그게 나였어.

나는
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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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이해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실은 종종 왜곡되거나 감춰진다. 인간은 감각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지만, 그 감각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사람들은 진지한 이야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무거운 주제는 피곤하다고 말하고, 분위기를 흐린다고 여긴다. 그래서 우리는 웃으며 넘기고, 농담으로 감정을 감추곤 한다. 하지만 삶이란 본디 가볍지 않다. 누구나 각자의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간다. 그 무게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관계의 본질일 텐데, 우리는 점점 더 가벼운 연결만을 추구하며, 진심을 감추는 것을 오히려 지혜라 여긴다.


인간은 끊임없이 변한다. 시간에 따라, 경험에 따라, 감정에 따라 우리는 달라진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관계 속에 놓이게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역할과 책임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얽히게 된다. 관계의 폭은 넓어지지만, 그 깊이는 점점 얕아지는 듯하다. 마음 한켠에 남는 공허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은 그런 세상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는 도쿄의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며 조용히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누구의 주목도 받지 않고, 특별한 사건도 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지켜낸다. 그는 특별한 사건 없이도,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은 채, 오직 자신의 호흡과 리듬에 집중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그 모습은 마치, 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웃음을 머금던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리게 한다. 세상과의 거리를 두되, 그 안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 그에게 하루는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온전히 살아내야 할 ‘완벽한 날’이다.


*


그의 삶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마라톤이 떠오른다. 처음에는 기록에 집착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경쟁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계속 나아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무거워질 때, 그저 한 걸음 더 내딛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칭찬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요즘 러닝 열풍이 부는 것도 이해가 된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결과와 퍼포먼스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러닝에서 스트레칭과 워밍업, 체력 관리, 바른 자세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호흡’이다. 호흡은 우리를 짓누르는 무게를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하지만 호흡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면 오히려 피로가 몰려오기도 한다. 또 힘들다고 해서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 체력은 금세 바닥나고 만다.


나는 목표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일정한 리듬에 맞춰 호흡과 발걸음을 조율한다. 자연스럽게 숨을 들이마시며 체력을 회복하고, 내쉬며 달리다 보면 마치 중력을 초월한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흐린 날씨도, 고요한 새벽도, 함께 달리는 이들의 발소리도 모두 위로가 된다. 바람이 등을 밀어줄 때면, 보이지 않는 손길이 느껴지는 듯하다.


*


우리는 모두, 한 번쯤은 누군가를 사랑했고, 또 누군가에게 사랑받은 기억이 있다. 설령 그런 경험이 없다 해도, 우리는 지금 무언가를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어느 순간, 문득 떠올라 조용히 우리를 지탱해준다. 사랑은 단지 개인적인 감정에 머물지 않는다. 따스한 햇살이 우리를 감싸고,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듯, 사랑은 세상의 모든 것 속에 스며 있다. 그렇게 사랑은 다양한 얼굴로 우리 곁에 머물며,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견딜 만하게 만들어준다.


살아간다는 것—그 대상을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 본질은 결국 사랑이다. 세상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은 감지하는 자의 몫이다. 때로는 외면당하고, 때로는 스쳐 지나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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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보는 것’을 통해
보이기 위한 삶을 선택하고,

어떤 이들은 ‘듣는 것’을 통해
들리기 위한 삶을 선택한다.

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려는 것이 그의 뜻.

듣는 것으로,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하려는 것이 그의 뜻.

사람은 변하는 것으로
변하지 않는 것을 말하려 하고,

그는 변하지 않는 진리로
변해버린 이들에게 보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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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별한 삶을 살기를 원했고,

몇 번이고 내 자신을 넘어섰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야,

내가 놓친 게 무엇인지 너무도 명확하게 보인다.


그건 어쩌면,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마주하게 될 진실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