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국 한번 묵자
주민등록증으로는 하루 차이
호적상으로는 한 달 차이의 주경이는 형이다.
똑똑해서 월반도 하고
교대를 졸업해서 군대를 면제받고
교직자의 사회생활을 해서
같은 또래의 범주 範疇를 벗어난
엄청난 선배의 포스로 느껴졌던 사이.
우리가 어쩌다 만나면
큰형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며
짓궂은 싸움을 시키고
코피 먼저 터지면 정리되던 어린 시절.
삶의 무게가 모든 것을 지배하던 때
중량 重量을 감수하며
세상 속으로 빠져들어 자리매김하던 중년 시절은
멀리서 서로의 삶을 존중했을 뿐.
이제 나이 들어
자식들도 각각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넌지시 보면서
사소한 생활 중에 선산의 송사 訟事 때문에
자주 만나다 보니
밥 한 끼라도 대접하고
차를 마시며 담소 談笑 나누면서
살아온 날들을 추억하는 소중한 시간들.
헤어질 때
쑥국 한 번 먹자는 제의에
벚꽃 흐드러지게 필 때
보자고 화답 和答했다.
시작 노트
선의 善意의 경쟁을 하며
서로를 삶을 존중한
동갑 同甲의 사촌 四寸이 있다는 거
늘 고맙게 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