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엄 謹嚴한 할아버지
동그란 안경테에 비친 눈이
돋보기여서 그랬을까?
유난히 큰 눈에 긴 다리
언제나 말끔히 차려입은 백색의 한복이 어울렸던
팔자수염의 근엄 謹嚴한 선비
새 학기가 되면 잉크 냄새가 밴 새 책들을
일일이 포장하여 붓글씨로
국어, 산수, 사회, 도덕이라는 글씨체에
정신 精神을 만들어 주신 이
무엇보다 팔 부 정도의 식사만으로
남은 쌀밥과 계란찜을 눈독 들였던 우리들
그 시절의 할아버지는 몇 세였을까?
초보 할아버지가 된 지금
가슴속의 할아버지처럼 품위 品位를 보여줄 수 있을까?
서울 상경 전날 밤
“주도야 오늘은 내 방에서 자자"는 말씀에
뜻도 모르고 무서운 존경 尊敬 속에 지낸 하룻밤이
인연 因緣의 끝자락인지도 몰랐으니… …
柱道라는 이름 지어 주신 이
제주도나, 술박사니 하며
놀림의 이름이라 조금 부끄러웠지만
기둥 柱에 길 道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돌림 柱에 道는 저밖에 없다는
자부심 말입니다.
할아버지 생각만큼 道는 아니겠지만
그동안 최선을 다했고
소탈해졌다고 어리광도 피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