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親舊
빛바랜 낙엽들이 한 움큼 한 움큼씩 모여졌다가도
바람이 건드리면
기웃기웃 이 무더기에 인사하고
저 무더기에도 흘깃거리면서
추억 追憶을 쓸고 담는다.
눈발 올 것 같은 하늘에는
잔가지만 보이고
쌀쌀한 날씨가 고독 孤獨을 부추긴다.
생각나는 친구 親舊 있어 전화했더니
아산병원에 입원했단다.
십이일 동안 대구에서 올라와 혼자 지내면서
얼마나 아팠을까
평생 고생시키는 아내에게 미안하고
여행 한번 함께 못해보고
입원해서 몇 백만 원 까먹고
카드 한도액이 그만큼 되는지 걱정이 됐다고
그래도 모자라면 나를 생각했다는 친구 親舊.
고맙다고 했다
바보 같은 사람
혼자 있었으면 연락이나 하지
그래도 우린 봄날이 있었잖아
자식들 키우느라 정신없던 시절 중에
가끔 만나면 술을 마시며
끝까지 갈 수 있는 친구 親舊가 되자 했고
지금껏 지켰잖아
마음속 보물寶物 아내에게는 보험 많이 들어놓고
정작 필요한 자신에게는
건강할 거라고 믿어 놓쳤는데
이제 후회스럽고 눈물이 자주 난다는 친구 親舊.
자존심 하나로 세상을 사는 친군데…
갈비탕 한 그릇에 마음을 비우고
동서울터미널에서 서로 헤어졌다.
살아 있는 동안
볼 수 있는 만큼
보자꾸나 친구 親舊야.
눈발 올 것 같은 하늘에는
잔가지만 보이고
쌀쌀한 날씨가 고독 孤獨을 더욱 부추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