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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by 차주도

측은지심惻隱之心

車柱道


첫눈이 이렇게 임팩트를 준 적이
내 생애 生涯 있었던가

나무들이 첫눈의 인사에
일제히 두 손을 공손히 모아 합장 合掌 을 하자
이파리들은 덩달아 고개를 숙인다

거리에 흩날리던 낙엽이 눈 속에 묻혔거나
눈 위에 밟혀 뽀드득 소리로
겨울을 알리고
나뭇가지 눈꽃에 덮여 잠시 가을의 허전함을 달랜다

하굣길 학생들은 푹 숙인 이파리에 핀 눈꽃을 연신 털면서
저마다 마음의 짐을 깔깔, 낄낄 거리며
몇 번이나 치유 治癒 한다

차에 쌓인 눈을 치우다가 사진을 찍는 사람
걷다가 돌아서며 자연을 담는 사람들

다 다시 볼 수 없는 내 생애生涯 선물에 연민憐憫이 더해져
자꾸만 자꾸만 뒤돌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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