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여행 3박 4일
1
가족이 아닌
탁구로 인연 된 분들과 떠난 여행
추억을 만들자고
3박 5일의 필리핀 세부 여행을 계획하고 다짐한 시간들도
사람의 일인지라 취소되고
대신, 국내여행으로 떠난 첫날
대관령 삼양목장, 경포대 해수욕장, 동해 한섬 해변까지
세속 世俗에 물든 삶에서
잠시 내려놓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한 발 한 발씩 땅을 밟으며
지나온 삶을,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고 생각하며
한 발씩 뗀다.
2
동 動 트는 추암 촛대바위나
초곡 용굴 촛대바위나
언제나 그 자리인데
보는 순간
다른 마음이 번짐은
아직 영혼이 쓸만하다는
뇌 구조라 자위하며
씩씩하게 바다에 뱉는다
또 보자고
3
35년 전 기억만으로 도착한
포항 죽도시장, 오거리, 육거리가 변해
생소한 이방의 도시로 자리매김되어
족구나 축구처럼 언제나의 자랑을 멈추고
침묵의 선승 禪僧이 되어야만 했다.
4
아파트 디자인이 예쁜 부산은
더 이상 진시장, 자유시장의 전투적인 기억은 사라지고
진보의 해양도시로 탈바꿈된 역동적인 모습으로 보이고
다만, 바뀐 부산역 역사 驛舍만이
추억을 불러낸다.
5
탁구로 만나
탁구가 아닌
3박 4일의 여정 旅程은
통영의 까치복,
여수의 한정식으로
서로의 삶을 위로하고
함께한 시간과
함께한 존중 尊重을 묻어두고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우리가 가진 우정 友情만큼은
헛방이 아니기를
세월 앞에 던져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