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으로 들어가 본다 겉으로 보이는 잣대는 그럴싸한 모양새를 갖춘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엉망이다 망하지 않는 게 기적이다 숱하게 만난 사람들 내 싫다고 도망가도 내는 그 사람 원망한 적 없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긍정이 내가 미워한 부정보다 일 퍼센트 앞서서 결국은 내가 못났더라 헤어져 아쉬워하고 언젠가 만날 거라고 믿는 어리석은 내더라 먹고사는 것도 그러한지라 한 번 믿으면 절대 의심하지 않아 잘못되면 도리어 부족한 내 탓이지 하고 긍정 회로 肯定 回路 일색이다 기업이 꾸며 대는 돈 버는 기술마저 순하게 믿는 바보다 사람들을 속여 권력에 붙어 아부하며 잠깐 덩치를 키운다고 생각하지 나쁜 마음으로 거짓말한다고 보지 않는 순수가 마음속에 가득하니 칼 들고 내를 헤칠 사람이 없어 늘 자신만만하다 너무나 당당해서 믿는 사람 다치게 할 수 있어도 언젠가 보상할 수 있는 자신이 있길래 믿고 살자는 거다 올해 떠난 신경림 시인은 저승길을 낙타를 타고 가서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다고 했고 여비가 없어도 먼저 가 있는 천상병 시인은 세상이 아름다웠다고 말했고 시 속의 시인 김종삼 시인은 어린 거지 소녀가 어버이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이며 밥집 문턱에 천연스레 생일상을 차리는 모습이 부럽지 않은 것은 그런 자식 있고 며느리 있다는 믿음이 아직은 살아 있고 위대한 시인들만큼 순수가 있다고 자부하기에 아직 익지 않은 마음을 담금질하는 하루의 일상이 늘 새롭게 보이는 즐거움이 있어 새벽에 내 그림자를 건드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