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

by 차주도

핏줄


분기마다 한 번씩 사촌들과의 만남을 위해
마산으로 출발하는 새벽은
가벼운 설렘으로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누나와
격의 隔意없이 자주 얼굴 맞대는 둘째 형과 동생,
그리고 형수, 제수를 모시고 떠나는 여행.
서로의 등을 다독이며 위로할 익은 나이가 되어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행복한 1박 2일이
삶의 소중한 추억으로 스며들 것입니다

베개가 모자라 나에게 슬며시 건네주려 들린
남자들의 방에서 발견한 시숙 媤叔은 동생들에게 베개를 양보하고
자신의 옷을 돌돌 말아 주무시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아내의 말에 숙연 肅然해집니다
35년을 정성껏 부모님을 모신
존경도 표현할 길이 없는데
잔잔한 배려도 읽지 못하고
씩씩하게 잠만 자는 동생일 뿐입니다

“누나 사랑하는 거 알제!”
응석 부리는 모습을 보고
사촌은 누나를 만날 때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나를 두고
진짜 누나를 좋아하나 보다고 말합니다
술이 적당히 취하면
시집가기 전 가난한 가족들에게
사랑을 잃지 않고
따뜻한 입김이 된 시절
그 시절의 누나를 떠올리면
바보같이 눈물이 괴는 기억을
여전히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촌들과의 만남을 끝내고 경주 불국사에 도착하니
초겨울이 무색하리만큼 마지막 단풍이 기승 氣勝을 부리고
그 붉음에 반한 형수님, 누님, 아내, 제수씨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젊음의 기록을 남기기에 바쁘고
호떡 먹으면서 내려오는 길에
“군밤도 좀 팔아 주이소” 하는 할머니의 말에
고개만 숙이고 가는데
뒤돌아서서 두 봉지를 사 오는 동생을 보고
배려의 마음을 배웁니다

욕심을 버리지 못해 겪는 선산 재산의 갈등 葛藤은
오히려 끈끈한 핏줄의 단합을 만드는 비움의 마산, 경주 여행으로 사진 한 장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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